[자료사진=연합뉴스]

서울의 아파트값이 다시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9개월여 만에 최대 주간 상승률을 기록하며, 강남 중심의 상승세가 인근 지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대통령 선거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규제보다 공급 중심의 새 정부 공약이 부동산 시장 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부동산원이 6월 12일 발표한 ‘6월 둘째 주(6월 9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6%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8월 넷째 주(2023년 8월 26일 기준) 이후 40주 만에 가장 높은 주간 상승률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올해 5월까지만 해도 주간 상승률이 0.10%를 밑돌았지만, 5월 둘째 주부터 상승폭을 점차 키웠다. ▲5월 둘째 주 0.10%, ▲셋째 주 0.13%, ▲넷째 주 0.16%, ▲6월 첫째 주 0.19%, 그리고 이번 주 0.26%까지 급속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의 대표적 고가 주거지인 송파구는 이번 주 0.71% 올라, 지난 3월 셋째 주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남구(0.51%)와 강동구(0.50%)도 각각 크게 오르며 강남 3구 모두 상승세를 주도했다. 특히 강동구는 2018년 9월 둘째 주(0.80%) 이후 6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을 나타냈다.

서초구 역시 0.45% 상승했고, 최근 개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성동구(0.47%)와 용산구(0.43%)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은 이번 상승세에 대해 “재건축 추진 단지 등 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매도 희망가격이 올라가고, 그 가격에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강동구는 입주 10년 이하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비교적 조용했던 서울의 주변 지역들도 상승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종로구(0.17%), 성북구(0.13%), 노원구(0.07%), 구로구(0.06%) 등이 상승폭을 키우며,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가격 상승세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대선이 끝나며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새 정부가 규제보다는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공약을 내놓으면서 시장의 기대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대출 규제 강화와 공급 부족 우려가 겹치면서 수요자들이 매수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도권 전체도 서울 상승세에 영향을 받았다. 인천은 보합(0.00%)을 유지했지만, 경기도는 0.02% 오르며 상승세로 전환했다. 수도권 전체 주간 상승률은 0.09%로 전주보다 0.04%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지방은 여전히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방 아파트값은 이번 주에도 평균 0.03% 하락했다. 5대 광역시는 전주와 마찬가지로 0.00% 하락했고, 8개 도는 0.02% 내렸다. 다만 세종시는 0.18% 상승하며 최근 들어 상승폭을 확대했다.

전셋값 역시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서울의 전세가격은 이번 주 0.08% 오르며 전주(0.06%)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주거 여건이 좋은 역세권, 대단지, 학군지 등 선호지역에서의 수요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송파(0.18%), 강동(0.17%), 광진구(0.16%) 등 인기 주거지역의 전셋값 상승률이 두드러졌으며, 한동안 신축 대단지 입주로 가격이 하락세를 보였던 서초구도 이번 주 0.01% 상승하며 반등 조짐을 보였다.

수도권 전체 전셋값은 0.03% 상승했고, 지방은 0.02% 하락했다. 전세시장은 여전히 지역별로 차별화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의 상승세는 단기간에 급격히 전환된 것이며, 정부 정책 기조 변화에 대한 시장의 민감한 반응을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다만, 이 같은 흐름이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는 새 정부의 공급 정책 실행력과 금리, 경기 흐름 등 거시경제 변수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힐링경제=박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