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군 초소 옆으로 보이는 대남방송 확성기 [자료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에 호응해 대남 소음 방송을 멈춘 것으로 보인다고 군 당국이 12일 밝혔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에 따른 확성기 방송 중단 지시 하루 만에 나타난 변화로, 남북 간 긴장 완화의 첫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늘 북한의 대남 소음 방송이 청취된 지역은 없다"며 "북한의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7월부터 계속되어 온 북한의 대남 소음 방송이 처음으로 완전히 중단된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합참 관계자는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어젯밤 11시 넘어서까지 소음 방송이 청취됐으나 오늘 0시 이후에는 전 지역에서 들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래는 지역에 따라 새벽에도 소음 방송이 청취됐으나 지금까지 소음 방송이 청취되는 지역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북한이 평소 24시간 지속적으로 실시해오던 대남 소음 방송을 완전히 중단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북한의 소음 방송은 시간대와 지역에 따라 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거의 중단 없이 계속되어 왔기 때문에 이번 변화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합참 관계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며 "북한이 대남 소음 방송을 중단한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일시적으로 방송을 중단한 것인지, 아니면 실질적인 정책 변화인지 좀 더 지켜본 후 판단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변화의 발단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지시였다. 우리 군은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전날 오후 2시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중지했다. 이는 이 대통령이 취임 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첫 번째 구체적 조치로 시행된 것이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날 이 대통령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지시에 대해 "남북 관계 신뢰 회복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정부의 의지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북한의 소음 방송으로 인해 피해를 겪어 온 접경지역 주민의 고통을 덜기 위한 실질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는 새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선제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접근으로 해석된다.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은 복잡한 남북관계의 변화 과정을 거쳐 왔다. 우리 군은 북한의 대남 쓰레기 풍선 살포를 이유로 작년 6월 9일 약 6년 만에 대북 심리전 수단인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이는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 이후 중단되었던 확성기 방송이 다시 시작된 것이었다.
당시 북한은 대남 오물 풍선을 지속적으로 살포하며 남측을 자극했고,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우리 군이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게 된 것이었다. 확성기 방송에는 K-pop, 뉴스, 북한 체제 비판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어 북한 당국에게는 상당한 심리적 압박이 되는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이에 맞서 북한은 작년 7월부터 대남 확성기를 이용해 소음 방송을 시작했다. 북한의 소음 방송은 주로 기계음, 늑대 울음소리, 공포 영화 배경음악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남측 접경지역 주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었다.
북한의 소음 방송 중단으로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남북 접경지역 주민들이다. 지난해 7월부터 약 11개월간 지속된 북한의 소음 방송으로 인해 접경지역 주민들은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받아왔다.
특히 밤시간 소음으로 인한 수면 장애, 스트레스, 정신적 고통 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일부 주민들은 소음을 피해 다른 지역으로 임시 거주지를 옮기는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또한 축산업과 농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쳐 경제적 피해도 상당했다.
정부는 그동안 방음시설 설치, 임시 숙박시설 제공, 의료비 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왔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북한의 소음 방송 중단이었다. 이번 북한의 조치로 접경지역 주민들의 고통이 크게 덜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남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에 북측이 즉각적으로 호응 조치를 내놓으면서 남북 간 대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에서 나타난 첫 번째 긍정적 신호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호 방송 중단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신뢰 구축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우리 측의 선제적 조치에 즉각 호응한 것은 남북 대화에 대한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것이 일회성 조치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지속적인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것인지는 앞으로의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대남 정책 변화가 구조적인 것인지, 전술적인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남북 간 확성기 방송 중단은 한반도 긴장 완화의 작은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보다 실질적인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조치들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북한과의 대화 채널 복원, 인도적 협력 재개, 경제 협력 방안 모색 등 단계적 접근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의 핵 문제와 관련된 보다 근본적인 대화가 이루어져야 진정한 한반도 평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조치가 어떻게 더 큰 틀의 남북 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군 당국은 북한의 동향을 계속 예의주시하면서 상황 변화에 따른 적절한 대응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며칠간 북한의 소음 방송 중단이 지속되는지 여부가 이번 조치의 진정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힐링경제=홍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