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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은행을 포함한 전 금융권에서 가계대출이 6조 원 가까이 급증하며 다시 강한 상승 흐름을 나타냈다.

올해 초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주택 거래가 늘어난 데다, 7월로 예정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에 앞서 대출을 미리 받으려는 ‘선(先)수요’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6월 11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55조 3천억 원으로, 전월 대비 5조 2천억 원 증가했다. 이는 4월(4조 7천억 원)보다 증가 폭이 큰 수치로, 2023년 9월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큰 월간 증가세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4조 2천억 원, 기타 신용대출은 1조 원 각각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에는 전세자금대출도 포함돼 있으며, 대출 수요가 주로 부동산 시장의 회복과 연동돼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박민철 한국은행 시장총괄팀 차장은 “올해 2∼3월 중 크게 늘어난 주택 거래가 시간이 지나며 5월 중 대출 수요로 반영됐다”며 “5월은 가정의 달이라는 계절적 자금 수요도 겹쳐 신용대출까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7월부터 시행되는 3단계 스트레스DSR 규제를 앞두고 일부 소비자들이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도 일정 부분 존재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흐름에 대해 박 차장은 “6월은 분기 말 자산 평가 등의 영향으로 수치상 증가세가 둔화될 수 있으나, 7∼8월까지는 주택거래에 따른 대출 수요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5월 주택 거래량은 3월보다는 적지만 4월보다는 많은 수준으로 추정돼, 약 2~3개월의 시차를 고려하면 대출 증가 흐름이 여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날 함께 발표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가계대출 동향’ 자료에 따르면, 은행을 포함한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6조 원 증가했다. 이는 전월(5조 3천억 원)보다 확대된 수치로,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만의 최대폭이다.

은행권이 5조 2천억 원으로 증가세를 주도한 가운데, 제2금융권에서도 8천억 원이 늘며 전월(5천억 원) 대비 증가 폭을 키웠다.

전체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한 달 새 5조 6천억 원 증가해 4월(4조 8천억 원)보다 더 많이 늘었다. 신용대출 역시 8천억 원 증가했으나, 4월(1조 2천억 원) 대비 속도는 둔화됐다.

한편, 5월 은행권의 기업대출도 8조 원 증가해 잔액 기준 1,346조 6천억 원에 달했다. 다만 이는 4월(14조 4천억 원)보다 늘어난 규모는 축소됐다. 대기업은 5조 4천억 원, 중소기업은 2조 6천억 원 각각 대출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박민철 팀장은 “은행권의 대출 영업 확대, 대기업의 일시적인 운전자금 조달, 중소기업 대상 정책성 대출 공급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예금 흐름도 활발했다. 예금은행으로는 20조 2천억 원이 유입됐다. 이는 대출 확대에 따라 은행이 예수금 조달을 늘린 영향과, 지방자치단체 자금의 일시 예치 등에 따른 결과다. 정기예금은 19조 2천억 원, 수시입출식예금은 7조 원 각각 증가했다.

자산운용사 수신도 25조 2천억 원 증가했는데, 이는 머니마켓펀드(MMF, 8조 1천억 원)와 채권형펀드(10조 2천억 원) 중심의 유입이 두드러진 결과였다.

가계대출과 유동성 증가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박 차장은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늘어난 시중 유동성이 주택 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고, 가계부채 증가세를 부추기지 않도록 경계하고 있다”며 “시장 흐름을 면밀히 관찰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앞으로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관리하기 위한 DSR 강화와 유동성 관리 정책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수요와 투기 수요의 경계가 모호한 상황에서 정책 효과의 실효성 여부는 좀 더 시간이 지나야 평가가 가능할 전망이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