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연합뉴스]

보험사들이 의무적으로 충족해야 하는 지급여력비율(K-ICS) 감독기준이 24년 만에 하향 조정된다.

금융위원회는 11일 정례회의를 통해 지급여력비율 기준을 기존 150%에서 130%로 낮추는 내용의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안을 의결하고, 이를 즉시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급여력비율(K-ICS, Korean-Insurance Capital Standard)은 보험사가 예상되는 모든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자본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재무건전성 지표다.

보험사가 고객에게 약속한 보험금 등을 차질 없이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며, 자본건전성 심사, 인허가 요건, 후순위채 중도상환 기준 등 다방면의 규제에 핵심 역할을 해왔다.

이번 하향 조정은 1999년 보험업 감독규정 제정 후 2001년 150%로 상향된 이래 처음 있는 변화로, 약 24년 만의 기준 조정이다.

금융당국은 기준 완화를 두고, 최근 도입된 신 보험회계기준(IFRS17) 및 신 지급여력제도(K-ICS) 하에서 보험사들의 리스크 대응 능력과 자본건전성이 이미 높아졌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

특히 K-ICS 체계는 보험사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시가로 평가하도록 설계돼 이전 제도(RBC, 위험기반자기자본제도)보다 훨씬 정교한 리스크 측정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금리 변동성이 완화되고, 자본 충격에 대한 보험사들의 회복 탄력성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금융위는 “이번 조정은 보험업권의 복합위기 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RBC 대비 금리 리스크의 감소폭, 은행권 감독 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설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은행권의 유사 감독지표인 BIS 비율의 경우 최소 기준이 100%라는 점을 감안하면, 130%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개정안은 이와 함께 비상위험준비금 환입 요건도 완화했다. 기존에는 손해율 초과 외에도 당기순손실 및 보험영업손실 요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환입이 가능해 사실상 사용이 어려웠다는 업계의 지적이 이어졌다. 개정안은 당기순손실과 보험영업손실 요건을 삭제, 보험사의 자율적 재무조정 폭을 확대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번 개정을 계기로 보험사 건전성 관리체계 전반에 대한 정비 작업도 본격화한다.

금융위는 이달부터 금융감독원, 보험업계, 학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보험업권 건전성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할 방침이다.

TF에서는 ▲기본자본 K-ICS 규제 설계, ▲2026~2027년 할인율 현실화 시행계획, ▲계리가정 적정성 등 보험사의 중장기 건전성 관리제도의 구체적 세부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엄격한 건전성 원칙은 유지하되, 보험업계의 수용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한 이행계획을 마련하겠다”며 “TF 논의를 바탕으로 올해 하반기 중 시행방안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정은 단순한 수치 변경을 넘어, 새로운 회계제도와 자본규제 체계 하에서의 감독 유연성 확보와 규제 정합성 개선을 꾀하려는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지급여력비율 기준 완화로 인해 후순위채 조기상환이나 신규 인허가 과정에서 자본 부담이 줄어들고, 자율적인 자본 운영이 한층 용이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본기준 완화가 장기적으로 건전성 관리를 느슨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는 만큼, 향후 TF의 논의와 세부 제도 설계 과정에서 감독당국의 균형감각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