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U 집행위원장 [자료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유럽연합(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조만간 처음으로 양자 소통에 나설 예정이라고 EU 고위 당국자가 밝혔다.
한-EU 간 고위급 외교 접촉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이번 소통은 이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추진되는 유럽 주요 인사와의 공식 대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U 집행위원회 통상 부총국장을 맡고 있는 마리아 마르틴-프랏은 1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한-EU 네트워킹 데이' 행사 기조연설에서 이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무역협회와 주벨기에 EU 대사관 공동 주최로 열렸으며, 양측 고위 인사들이 다수 참석해 실질적인 경제·외교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마르틴-프랏 부총국장은 "경제적 강압과 지정학적 긴장이 격화되면서 세계 무역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EU는 한국과의 관계를 전략적으로 유지하고 확대해 나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전기차 배터리와 반도체 분야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지닌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며 관련 산업 협력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 대통령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첫 대화는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계기에 성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EU는 G7 회원국은 아니지만, 전통적으로 정상회의 및 관련 각급 회의에 초청받아 참석하고 있으며,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인 안토니우 코스타가 함께 참석할 예정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 대통령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약식 회동 또는 실무 접촉이 이뤄질 경우, 자연스럽게 차기 EU-한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미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 직후인 지난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EU-한국 간 파트너십은 무역, 혁신, 국방 등 다양한 분야의 공통 가치 위에 기반하고 있다"며 "곧 차기 정상회담을 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U 외교 의전에서 행정부 수반 격인 집행위원장과 27개 회원국을 대표하는 상임의장은 모두 단일국가의 '정상급'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제3국과의 공식 정상회담에는 두 사람이 함께 참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과의 첫 양자 소통이 전화 회담, 약식 회동, 또는 다자 정상회의에서의 교차 접촉 등 다양한 형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번 소통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되는 대외 외교 행보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특히 미·중 전략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한국의 외교 지형에서도 유럽연합과의 전략적 협력이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EU 역시 경제안보 관점에서 한국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명시하면서, 향후 한-EU FTA 확대, 공급망 안정 협정, 공동 기술개발 등의 논의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의 첫 다자 외교 무대인 G7 정상회의는 단순한 형식적 참석을 넘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외교 지향점을 드러내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유럽연합과의 첫 소통이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질 경우, 새 정부 외교 정책의 방향성과 국제적 입지 모두에서 긍정적 신호탄이 될 수 있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