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국무회의 주재 [자료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6월 11일로 취임 일주일을 맞았다.

인수위원회 없이 곧장 임기를 시작한 이 대통령은 정치적 파격보다는 안정과 실용에 방점을 찍은 조용한 출발을 택했다.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이라는 극심한 사회적 혼란을 지나 출범한 만큼, 이 대통령은 변화보다는 회복, 대결보다는 공존을 우선하며 국정 운영의 첫발을 내딛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안정 기조’는 초반 인사 행보에서 두드러진다.

취임 당일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단 한 명만 지명했고,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을 제외한 전임 정부 장관들의 사표는 일괄 반려했다. 계엄령 연루 등 명백한 하자가 없는 한, 기존 내각과의 ‘동거’를 통해 정국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뜻이다.

10일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전임 정부 장관들에게 “너무 잘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직접 격려하기도 했다. 이는 인사의 정치화보다 실질적 국정 수행 능력과 연속성을 우선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장관급 인사 교체는 국정기획위원회의 비전 수립과 국민 추천제 실험을 토대로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실 실장 및 수석급 인선에선 보다 속도를 냈다.

기획재정부·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 등 주요 부처의 차관 인사도 단행했다. 경제·외교 등 민감하고 긴급한 현안에 대응할 실무라인을 빠르게 갖추려는 전략이다.

특히 대통령 비서진에는 실무형 인재들이 중용됐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이고, 오광수 민정수석은 특수통 검사로 법조 실무 경험이 풍부하다.

홍보소통수석으로는 언론인 출신의 이규연 전 기자가 임명돼, 메시지 관리에서도 현실적 접근이 예상된다. 이외에도 위성락 안보실장,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류덕현 재정기획보좌관 등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이해하고 실현할 수 있는 ‘책사형’ 인물들이 포진됐다.

이 대통령은 ‘깜짝 인사’나 이벤트성 메시지를 최대한 배제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이라는 실질적 성과를 목표로 조용히 국정을 시작했다. 공개 행보 역시 최소화했다. 4일 국회 취임 선서와 6일 현충일 추념식 참석 외엔 대부분 대통령실 내 회의에 집중했다.

특히 취임 후 두 차례에 걸친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하며 추경 예산 편성을 직접 논의했고, 라면 가격까지 언급하며 서민 물가 관리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6일 현충일 추념식 직후 진행한 재래시장 깜짝 방문도 국민과의 직접 소통보다는 민생 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실용 행보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지금 당장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발탁해 경제와 민생에 집중하고 있다”며 “국민에게 일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적 발걸음도 신속하게 이어지고 있다. 취임 직후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 정상들과 잇달아 전화 통화를 진행한 데 이어,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는 조기 외교전을 통해 경제와 안보라는 두 축에서 한국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특히 미·중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미국발 관세 전쟁 등 불확실한 국제정세 속에서 이 대통령이 국제무대에서 얼마나 안정감 있는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첫 외교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첫 7일은 소리 없이 강한 행보였다. 불확실성과 피로가 중첩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그는 말을 아끼고, 일로 보여주려는 ‘일하는 대통령’의 면모를 드러냈다.

급격한 변화를 경계하고, 실용과 민생을 중심에 둔 이 같은 국정 기조가 앞으로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힐링경제=홍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