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런던에서 고위급 무역회담 [자료사진=연합뉴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영국 런던에서 진행한 2차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 1차 회담의 합의사항을 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프레임워크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합의로 양국 간 무역분쟁이 해결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을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마친 후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중국과 제네바 합의를 이행할 프레임워크에 합의했다"며 "이 조치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중국 측에서도 비슷한 입장을 표명했다. 중국 측 대표단의 핵심 인물인 리청강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장관급) 겸 부부장은 취재진에게 "미중 양국 대표단이 이틀간의 회담 끝에 지난 5일 양국 정상 간의 전화 통화와 제네바 회담에서 도출된 합의를 위한 프레임워크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결과를 양국 정상에게 보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런던 회담은 전날부터 이틀간 진행됐으며, 양국의 고위급 통상 담당자들이 참석해 현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10∼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1차 고위급 무역회담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받았다. 당시 양국은 90일간 서로 관세를 115% 포인트씩 대폭 낮추기로 합의했으며, 중국은 미국이 지난 4월 초 발표한 상호관세에 대응해 시행한 비관세 조치를 해제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이러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양국 관계는 다시 경색되기 시작했다. 양측이 모두 상대방이 제네바 합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서로를 비난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미국 측은 중국이 희토류 및 핵심광물 수출 통제를 지속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희토류는 첨단 전자제품과 국방 산업에 필수적인 소재로,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미국으로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반면 중국은 미국이 반도체 등 핵심기술 수출을 제한하고 있으며, 중국인 미국 유학생들의 비자를 취소하는 등의 조치를 문제 삼았다. 중국 측은 이러한 미국의 행위가 제네바 합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며 맞대응했다.
이런 상황에서 양국의 후속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졌고, 무역분쟁 해결을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번 런던 2차 회담은 제네바 합의 이후 불거진 이러한 갈등 요소들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양국은 서로의 우려사항을 직접적으로 논의하고,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데 집중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러트닉 장관이 언급한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 해결"은 이번 협상의 핵심 성과 중 하나로 평가된다. 희토류 문제는 미국이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핵심 현안이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진전이 있었다는 것은 양국 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또한 양측 대표가 모두 "프레임워크 합의"를 강조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단순한 원칙적 합의를 넘어서 구체적인 이행 방안과 절차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번 합의가 최종 확정되기까지는 아직 중요한 절차가 남아있다. 러트닉 장관은 이번 합의 내용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미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안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양국 정상이 승인하면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이번 런던 회담의 결과가 실무진 차원의 합의이며, 최종 결정은 양국 정상의 몫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의 전화 통화에서 이미 무역협상에 대한 기본적인 방향성이 논의됐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구체적인 이행 방안에 대해서는 정상급 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은 세계 1, 2위 경제대국으로서 이들 간의 무역분쟁은 글로벌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양국 간 무역 충돌이 본격적으로 완화될 경우, 국제 무역 환경과 공급망 안정성에 긍정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희토류와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갈등 해소는 관련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계획에도 안정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양국이 관세 인하 합의를 실제로 이행할 경우, 소비자 물가 안정과 국제 무역량 증가 등 실질적인 경제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번 런던 회담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미중 무역분쟁의 완전한 해결까지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양국 간에는 무역 불균형, 기술 패권 경쟁, 공급망 재편 등 구조적인 갈등 요소들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안보와 연결된 기술 분야에서의 경쟁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성격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합의가 양국 관계 개선의 출발점이 될 수는 있지만, 지속적인 대화와 협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는 세계 경제의 두 축인 미국과 중국이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보다 건설적인 관계를 구축해 나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양국 정상의 최종 승인과 후속 이행 과정이 향후 글로벌 경제 안정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