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 [자료사진=연합뉴스]

대통령경호처의 본부장급 간부 전원이 9일 전격 대기발령 조치됐다. 지난해 벌어진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경호처가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데 따른 후속 조치로, 이재명 정부가 강조해 온 ‘내란 종식’ 기조에 발맞춘 대대적인 조직 개편으로 해석된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오늘 자로 인사위원회를 열고, 12·3 사태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경호처 본부장 5명을 전원 대기발령 조치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어 “새 인사 조치가 나올 때까지 대통령경호처는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다”고 덧붙였다.

경호처도 같은 날 별도 공지를 통해 이번 인사 조치를 공식 발표하며, 핵심 부서 간부들에 대한 추가적인 전보와 보직 재조정도 단행했다고 밝혔다. 조직 전체에 걸쳐 전면적인 쇄신 작업에 돌입한 셈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말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와 경호처의 관련 의혹이 핵심 배경이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법처리 가능성이 커지던 시점에 발생한 ‘12·3 비상계엄’은 당시 정권 내 강경 세력이 계엄령 선포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지며 거센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다.

이후 수사당국은 윤 전 대통령을 내란 혐의로 수사하는 과정에서 대통령경호처가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포착했다. 특히, 경호처 수뇌부가 법원의 적법한 영장 집행을 막고, 이에 협조한 일부 내부 인사를 대상으로 인사보복을 가한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일부 경호처 간부들이 당시 윤 전 대통령 측의 ‘비화폰’(보안 통신용 휴대전화) 관련 정보를 은폐하거나 삭제하는 데 개입했다는 혐의도 추가로 불거지며,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강유정 대변인은 “국가기관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 전체를 위해 봉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경호처는 사실상 윤 전 대통령의 사병처럼 움직이며 사회 혼란과 갈등을 부추겼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인사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필요한 인적 쇄신이며,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해 온 ‘열린 경호’와 ‘낮은 경호’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설명했다.

경호처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지난 사태를 성찰하며 국민께 진솔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뼈를 깎는 쇄신과 내부 점검을 통해 다시 태어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인사는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첫 단추이며, 앞으로도 조직 내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경호처 수뇌부에 대한 전면 교체는 단순한 인사 조치를 넘어, 국가기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법 집행에 대한 책임성 회복이라는 점에서 중대한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또한, 윤 전 대통령을 둘러싼 내란 혐의 수사와 그에 따른 책임 규명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대통령실의 단호한 메시지를 담은 조치로도 풀이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이번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경호처를 포함한 권력기관 전반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진상규명과 구조 개혁이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향후 이러한 요구에 어떻게 응답할지 주목된다.

[힐링경제=홍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