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1시간 15분간의 전화 통화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핵문제 등 중대한 국제 현안을 집중 논의했다. 이번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정부 출범 이후 네 번째 양국 정상 간 대화로, 양측 모두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즉각적인 해결책은 도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번 대화의 핵심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항공기 공격과 양측이 진행 중인 다양한 공격에 대해 논의했다"며 통화의 주요 의제를 소개했다. 특히 최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내 공군기지를 겨냥한 대규모 드론 공격을 감행한 사건이 통화의 중심 화제였다.
이 공격에서 우크라이나는 기습적인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의 장거리 폭격기 등 항공기 수십 대를 파괴하는 전과를 올렸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강력한 반발 의지를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은 최근 공군기지 공격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매우 강력하게 말했다"고 전하며, 러시아의 보복 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브리핑에서 두 정상이 군용 비행장 공격 주제를 상당한 시간 동안 심도 있게 다뤘다고 확인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사건에 대한 우리의 평가를 듣는 것이 매우 유용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러시아가 이번 공격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미국 측에 자신들의 입장을 강력히 전달했음을 의미한다.
흥미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공격 계획에 대해 사전 정보를 제공받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미국이 우크라이나로부터 공격 계획 관련 정보를 사전에 제공받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이번 공격 작전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음을 러시아 측에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푸틴 대통령은 또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민간 시설을 고의로 공격함으로써 러시아-우크라이나 협상을 방해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이스탄불 2차 협상 전날인 지난 1일 발생한 브랸스크와 쿠르스크 지역 교량 폭발 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전 정부 회의에서 이를 "의심할 여지 없이 협상을 방해하려는 시도"라고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우샤코프 보좌관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러시아-우크라이나 2차 협상의 내용과 결과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으며, 전반적으로 이번 협상이 유용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러시아가 협상을 통한 해결 의지를 갖고 있다는 메시지를 미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후 "좋은 대화였지만 즉각적인 평화로 이어질 대화는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이는 양국 정상이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신속한 종료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도출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정상이 직접 소통하며 서로의 입장을 확인한 것은 향후 평화 협상의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통화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뿐만 아니라 이란 핵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도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문제에 대해 강력한 우려를 표명하며, 푸틴 대통령에게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란이 결정을 내릴 시간이 소진되고 있다"며 시급성을 강조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푸틴 대통령이 이란 핵문제 해결에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은 이란과의 논의에 참여할 것이고, 아마도 이 문제를 신속하게 결론짓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과 러시아가 이란 핵문제에서 공동 대응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중요한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해 더욱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내 생각에 이란은 이 매우 중요한 문제에 대한 결정에서 더디게 움직여왔다"며 "우리는 매우 짧은 시간 내에 확실한 답을 해 주길 요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국제 사회의 요구에 응답하지 않을 경우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러시아가 이란 측과 함께 핵문제 해결 과정에 참여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감사해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미국과 이란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야심과 연결되는 우라늄 농축 중단과 제재 해제 등을 놓고 복잡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의 중재 역할이 이러한 교착 상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양국 정상은 또한 미국과 러시아 간 다양한 분야의 협력 회복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두 대통령이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했으며,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위트코프 특사는 트럼프 정부에서 러시아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양국 간 대화 채널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이번 통화에서는 러시아와 미국 간 수감자 교환 문제는 다뤄지지 않았다고 우샤코프 보좌관이 밝혔다. 이는 양국 간 민감한 사안 중 하나로, 향후 별도의 채널을 통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이번 통화가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정부 출범 후 네 번째로 이뤄진 두 정상 간 대화라고 확인했다. 그는 이번 통화를 "긍정적이고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하며, 양국 정상 간 지속적인 소통이 국제 현안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했다.
이번 트럼프-푸틴 통화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당사국들 간의 직접적인 소통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록 즉각적인 해결책은 도출되지 않았지만, 양국 정상이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향후 협력 방안을 모색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이란 핵문제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협력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중동 지역 안정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두 강대국이 공동으로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려 한다면, 이는 지역 안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양국 정상 간의 지속적인 소통과 실무진 간의 후속 협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적 해결과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될 수 있을지 국제 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