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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법정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할 것을 권고하면서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인권위는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노인 빈곤 심화, 연금 수급 시기와 정년 간의 단절 문제 등을 배경으로 제도 개선을 촉구했지만, 청년층 고용 위축과 기업의 부담 증가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본과 함께 민간 기업에 법정 정년을 명시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다. 현행법은 정년을 만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전면 시행됐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많은 근로자들이 50세 전후에 퇴직하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규정하면서도, 희망하는 근로자에 한해 65세까지 계속 고용할 것을 사업주에 의무화해 사실상 65세 정년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어 70세까지 취업 기회를 보장하는 제도도 마련하고 있어 고령자 고용 연장에 있어서 유연한 접근을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년 연장 움직임이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환경미화·시설관리직 공무직 2,300여 명의 정년을 65세로 연장했고, 대구광역시와 대전 서구청 등은 다자녀 공무직에게 최대 10년까지 계속 고용을 보장하고 있다.

정년 연장의 필요성은 점점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의 고령인구 비중은 2025년 20.3%에서 2050년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 2033년부터 65세로 늦춰짐에 따라 정년 60세와의 간극이 소득 단절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OECD는 한국에 대해 정년 연장과 노인 고용 확대가 GDP 성장과 재정 건전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조언한 바 있다.

실제 국민 여론도 정년 연장에 우호적이다. 지난해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6%가 정년 65세 연장에 찬성했다. 대법원도 2019년 육체노동자의 가동 연한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하면서, 사회경제적 현실을 반영하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청년 일자리 감소, 기업의 인건비 부담, 고령 근로자의 생산성 저하 등이 대표적인 우려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67.8%는 정년 연장이 부담된다고 응답했으며, 연공서열 중심의 인사 구조 속에서 고령자의 고용 연장이 조직 내 인사 적체를 유발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년 연장을 논의함과 동시에 고용 유연화, 임금 체계 개편, 직무 재설계 등 종합적인 노동시장 개혁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령자와 청년이 함께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지 않고 단순히 정년만 늘리면 세대 간 갈등과 기업 부담만 키울 수 있다는 경고다.

정년 65세 연장은 단순히 숫자를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고령화 시대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전반적 전략이 필요한 과제다. 고령자의 삶의 질 향상과 지속 가능한 노동시장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사회적 논의가 절실한 시점이다.

[힐링경제=하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