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G8(주요 8개국) 배제 결정을 비판하면서도 현 상황에서 러시아의 재가입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과거 결정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2026년 국제축구연맹(FIFA) 북미 월드컵 관련 태스크포스 회의에 참석해 이같은 발언을 했다.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버락) 오바마(전 대통령)가 러시아를 좋아하지 않았고, 그들(G7)은 러시아를 G8에서 제외했다"며 "나는 러시아를 제외한 것이 매우 어리석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4년 3월, G7 정상들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모여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등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한 제재 차원으로 러시아를 G8을 비롯한 주요 국제 회의체에서 제외하는 '헤이그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이 결정을 주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연관 지어 "러시아가 G8에 있었다면, 지금 이 터무니없고 살인적인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나는 그 결정이 매우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그 결정은 (쥐스탱) 트뤼도(전 캐나다 총리)와 오바마가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국제사회와의 소통 및 대화 채널을 유지했더라면 현재의 군사적 충돌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그의 견해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현 시점에서 러시아의 G8 재가입에 대해서는 "아니다. 좋은 타이밍이 아니라고 본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현실적 판단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취재진이 러시아의 FIFA 월드컵 출전 금지에 대한 입장을 물어보면서 나왔다. 그는 "나는 몰랐다. 사실인가"라고 되물었고, 행사에 참석한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서 평화가 찾아오고 그러면 (러시아를) 재가입시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게 좋은 인센티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이 (전쟁을) 멈추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국제 스포츠 대회 참가 허용이 러시아의 행동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외교적 지렛대로 활용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회담은 정말 잘 진행됐고, 어떤 긴장도 없었다"며 캐나다, 멕시코와의 내년 월드컵 협력에 대해서도 "완전히 완벽하게 진행 중이다. 오늘 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카니 총리를 과거 트뤼도 전 총리처럼 "미국 주지사"라고 칭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그렇게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아마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는 카니 총리와의 관계가 이전 트뤼도 전 총리와의 관계보다 덜 적대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행사 직후 집무실에서 열린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 취임 선서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카니 총리와의 회담 당시 언급한 '며칠 내로 나올 크고 놀라운 발표'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거론했다. 그는 이를 "지각을 뒤흔드는"(earth-shattering) 소식이라고 표현하며, "이는 무역에 관한 것이 아니라 다른 것에 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미국과 미국인을 위해 정말 지각을 뒤흔들 긍정적 발전이 될 것이며 이는 앞으로 며칠 내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아 궁금증만 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카니 총리와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오는 8일이나 9일 "매우 중요한 주제"에 대해 "매우 큰 발표"를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위트코프 특사 취임선서식에서 최근 카슈미르 총기 테러 사건 여파로 갈등을 빚던 인도와 파키스탄이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은 사태에 대해서도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유감'을 표한 뒤 "그들은 수십 년, 수세기 동안 싸워왔다. 이 일이 빨리 끝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는 남아시아 지역의 핵보유국 간 긴장 고조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내주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하는 취임 후 첫 중동 순방 계획과 관련해, 이스라엘이 방문 일정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를 우선시하는 전략적 결정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들은 국제 관계에서 실용주의적이고 유연한 접근법을 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러시아에 대한 견해는 과거 정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면서도 현실적인 상황 판단에 근거한 입장을 제시한 것으로, 향후 미국의 대러시아 정책 방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