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1인당 국내총생산(GDP) 4만달러 달성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2년이나 늦춰질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1인당 GDP가 2029년에야 4만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내년부터 한국이 대만에 1인당 GDP를 추월당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저성장 고착화와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IMF가 지난 4월 22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1인당 GDP는 3만4,642달러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3만6,129달러보다 4.1% 감소한 수치로, 3년 전인 2022년(3만4,822달러)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한국의 1인당 GDP는 2020년 3만3,653달러에서 2021년 3만7,518달러로 급증했으나,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올해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IMF는 한국의 1인당 GDP가 향후 내년 3만5,880달러, 2027년 3만7,367달러, 2028년 3만8,850달러로 완만하게 증가하여 2029년에 4만341달러로 4만달러 선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목할 점은 IMF가 불과 6개월 전인 지난해 10월 전망과 비교해 한국 경제에 대한 기대치를 크게 낮췄다는 사실이다.
당시 IMF는 한국의 1인당 GDP가 올해 3만7,675달러, 내년 3만9,321달러를 거쳐 2027년에 4만1,031달러로 4만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2029년 전망치는 4만4,347달러로, 현시점의 같은 해 전망치보다 10%가량 높았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IMF가 내년부터 대만의 1인당 GDP가 한국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했다는 사실이다.
IMF는 대만의 1인당 GDP가 지난해 3만3,437달러, 올해 3만4,426달러, 내년 3만6,319달러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한국의 내년 전망치인 3만5,880달러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대만의 1인당 GDP 4만달러 달성 시점은 한국과 같은 2029년(4만385달러)으로 예상됐으며, 2030년에는 한국(4만1,892달러)이 대만(4만1,244달러)을 다시 앞설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한국이 대만에 역전당하는 이 기간이 향후 경쟁력 변화에 따라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반면 일본은 2022년부터 이미 한국에 1인당 GDP에서 뒤처졌으며, 이러한 상황은 2030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IMF는 전망했다.
IMF는 일본의 1인당 GDP가 지난해 3만2,498달러, 올해 3만3,956달러, 내년 3만5,653달러 등으로 상승하다가 2029년(4만29달러)에 4만달러를 간신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전망은 각국의 경제성장률 예측과 맞닿아 있다.
IMF는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이 올해 1.0%, 내년 1.4%, 2027년 2.1%로 회복되다가 2028년 2.1%, 2029년 1.9%, 2030년 1.8%로 정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대만은 올해 2.9%, 내년 2.5% 등 2030년까지 매년 2%대의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은 2025년부터 2028년까지 0.6%, 이후 0.5%의 저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러한 IMF의 전망은 한국은행의 다음 달 경제전망 수정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올해 1분기 성장률이 -0.2%로 기존 전망보다 낮게 나타나면서, 한은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IMF 전망치(1.0%)와 비슷한 수준으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성장 전략은 조기 대선의 주요 의제로 부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는 2030년까지 1인당 GDP 5만달러 달성을, 한동훈 국민의힘 경선 후보는 2028년까지 1인당 GDP 4만달러 달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 시점은 앞으로 환율에 따라 가변적"이라면서도 "대만에 국민소득을 역전당할 것이라는 전망은 뼈아픈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이 우리나라에 한번 역전당한 뒤 계속 뒤처지는 상황처럼, 우리도 대만에 앞으로 계속 뒤처질 수 있다는 경각심이 필요하다"며 "국가 브랜드 이미지 차원에서라도 반도체 제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그리고 대만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