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왼쪽)와 안덕근 산자부 장관 [자료사진=연합뉴스]

경제 사령탑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통상 분야 수장인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이르면 다음 주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대한국 관세 부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행보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는 16일 "미국 재무부가 다음 주 최상목 부총리의 G20 회의 방미 기간 중 베선트 재무장관과 통상현안 관련 회의를 할 것을 제안해왔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워싱턴DC를 방문할 예정인데, 이 기회에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만나 한미 통상 현안을 논의하게 된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같은 시기에 워싱턴DC를 찾아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 미국 통상 당국자들과 만날 계획이다. 정부는 현재 미국 측과 구체적인 참석자와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한국 경제·통상 수장들의 방미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고, 한국, 일본, 영국, 호주, 인도 등 5개 우방국과 무역 합의를 먼저 도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황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그동안 탐색전 수준에 머물렀던 한미 간 무역 논의가 본격적인 협상 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양국 간 사전 협의에 따라 한미 재무·통상 당국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2+2' 형식의 협상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정부 고위 당국자는 "협의 방식에 관해서는 한미 간의 협의가 진행 중인 상황으로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무역 균형 추구와 비관세 장벽 해소 노력 등을 포함한 '패키지'를 미국 측에 제안해 상호관세와 자동차·철강·반도체 등 핵심 산업에 대한 관세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가스, 원유, 농산물, 무기 등의 수입 확대와 자동차, 반도체 등 주요 수출 제품의 미국 현지 생산 확대라는 양대 접근법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 재임기에 가시적인 무역수지 개선 효과를 보여줄 수 있는 로드맵을 제안할 계획이다.

아울러 미국이 상호관세 부과의 근거로 내세우는 비관세 장벽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도 집중적으로 설명할 예정이다.

한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 등 안보 문제까지 포함한 '원스톱 쇼핑' 방식의 협상을 예고했다는 점을 고려해 미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조정 요구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보이는 한미 조선 협력과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문제는 관세 최소화를 위한 협상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의 통화에서 "대미 무역 흑자, 관세, 조선, 미국산 LNG 대량 구매, 알래스카 가스관 합작 사업, 한국에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적 보호 비용 지급을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한미 간 협상이 속도를 내더라도, 오는 6월 3일 한국 대선을 앞두고 있어 현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정부는 협상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알래스카 가스 개발 참여와 같은 장기적 국익이 걸린 중요한 결정은 정치적 정당성을 새로 확보할 차기 정부에서 최종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최상목 부총리는 1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와 관련해 "상대방이 있는 것이라 국익 차원에서 (지금) 최대한 협상하고 나머지 부분은 새 정부가 출범하면 마무리하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해 현실적인 접근을 시사했다.

한국 정부의 이번 적극적인 대미 통상 외교는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대미 무역흑자와 이에 따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압박 속에서 한국 경제의 핵심 산업을 보호하고 안정적인 통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