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증시 [자료사진=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중국과의 무역 갈등 속에서 새로운 압박 카드로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퇴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온라인 매체 폴리티코는 15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미국 정가에서 이러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지난 9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 폐지 가능성에 대해 "모든 게 테이블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저명한 사업가인 케빈 오리어리도 11일 같은 방송에 출연해 "상장 폐지가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오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화당 소속 릭 스콧 상원의원(플로리다)은 최근 폴 앳킨스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지명자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스콧 의원은 "미국의 자본 시장은 전 세계 기업에 비할 데 없는 자금 조달 기회를 제공해 세계가 부러워하지만, 이 특권에는 투명성과 금융 공시 규정 준수라는 책임이 따른다"며 "중국 기업들이 우리 규정을 따르기를 거부하면서도 계속해서 미국 자본에 접근하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 폐지를 얼마나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구상이 재차 주목받는다는 사실은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어떤 수단도 배제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미국 의회의 초당적 자문기구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에 따르면 지난 3월 7일 기준 미국 증시에는 중국 기업 286개가 상장되어 있으며, 이들의 총 시가총액은 1조 1천억 달러(약 1,500조원)에 달한다. 이는 미국이 중국 기업들의 상장을 폐지할 경우 상당한 경제적 파장이 예상됨을 의미한다.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의 상장 폐지를 추진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이미 2020년 미국 의회는 미국 회계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중국 기업을 미국 증시에서 퇴출하도록 규정한 외국회사문책법(HFCAA)을 제정한 바 있다.
이 법에 따르면 미국 회계 당국의 감사에 2년 연속 제대로 응하지 않는 중국 기업은 상장이 폐지될 수 있지만, 이 절차는 시간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더 신속한 접근법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안보를 근거로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또한 중국 기업이 미국 증시 상장 시 일반적으로 활용하는 '가변이익실체(VIE·Variable Interest Entities)' 구조를 금지하는 방법도 있다.
중국 기업들은 자국의 외국인 지분 소유 제한을 우회하면서 미국에서 자본을 조달하기 위해 이러한 구조를 활용해왔다.
그러나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기업의 증시 퇴출을 실제로 추진할 경우, 이미 고율 관세 정책으로 불안정해진 금융 시장이 더욱 요동칠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주미중국대사관의 류펑위 대변인은 폴리티코에 "중국 기업과 중국 시장을 배제하는 조치는 궁극적으로 미국 자신의 경제 이익과 국제 신뢰성에 손해를 입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대중 강경 통상 정책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무역적자 축소와 기술 보호를 위해 기존에 부과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으며, 이번 증시 퇴출 검토는 중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의 수위를 한층 높이는 조치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퇴출이 실현될 경우 양국 간 경제 관계가 근본적으로 재편될 수 있으며, 글로벌 금융 시장에도 광범위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구체적인 정책 방향과 중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