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자료사진=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협상을 주도하는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이 한국과의 무역 협상이 다음 주 진행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미국과 먼저 협상에 나서는 국가가 더 유리한 조건으로 합의할 수 있다고 강조해 주목받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지난주에는 베트남, 수요일(16일)에는 일본, 다음 주에는 한국과의 협상이 있다"면서 "협상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그는 일본이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우리 동맹국들에 이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먼저 움직이는 사람의 이점(first mover advantage)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선트 장관은 "보통 가장 먼저 협상을 타결하는 사람이 최고의 합의를 하게 된다"고 말하며, 어느 국가가 미국과 가장 먼저 협상을 타결할 것으로 예상하냐는 질문에는 "그들의 선택"이라고 답했다.
이는 협상 테이블에 빨리 나서는 국가에 혜택을 부여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반면 일본은 오는 16일 미국과 협상을 앞두고 있지만,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빠르게 협상을 매듭지으면 좋다는 방식의 생각은 아니다"라고 말해 성급한 합의를 경계하는 입장을 보였다.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상호관세 90일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에 협상을 타결할 국가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냐는 질문에 "많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실제의 무역 협정 문서가 아닐 수도 있지만 우리는 원칙적인 합의(agreement in principle)를 할 것이며 거기서부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은 임기가 제한된 트럼프 행정부가 복잡한 전통적 무역협정보다는 상대국의 무역수지 개선과 무역장벽 완화 약속을 담은 간소화된 형태의 합의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을 뒷받침한다.
협상을 통해 상호관세를 완전히 없앨 수도 있냐는 질문에 베선트 장관은 "난 나라들에 '당신의 최선의 제안(A game)을 가져오라'라고 말한다.
뭘 들고 왔는지 보고 거기서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또한 "우리는 가장 중요한 교역 파트너국 다수와 매우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면서 "궁극적으로는, 특히 가장 중요한 교역 파트너국과의 협상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한국을 비롯해 영국, 호주, 인도, 일본과의 협상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자신의 최우선 목표(top targets)에 이들 5개국이 포함됐으며, 각 국가의 당국자들과 접촉해왔다고 전했다.
WSJ은 베선트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무역 자문으로 부상하고 미국의 무역 협상을 이끌게 된 이후, 상호관세를 부과받은 국가들과 대화하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였다고 보도했다.
그는 지난 9일 미국은행연합회(ABA) 행사에서 자신이 무역 협상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으며,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유예 결정 직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그 내용을 설명하는 등 무역 문제에서 최근 전면에 나서고 있다.
한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의 케빈 해싯 위원장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이후 10개 이상의 국가가 미국에 "놀라운" 무역 거래를 제안해왔다고 밝혔다.
이처럼 미국이 주요 교역국들과의 협상을 서두르는 가운데, 한국이 내주 진행될 것으로 예고된 무역 협상에서 어떤 전략과 결과를 도출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