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연합뉴스]

주택 구입에 필요한 금융 부담을 측정하는 지표가 2년여 만에 상승세로 전환되면서, 정부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조치 이전부터 이미 주택시장이 불안해지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지역 주택 매입자들의 금융 부담은 소득의 40%를 다시 넘어서며 주거 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4분기 전국 주택구입부담지수(K-HAI)는 63.7로 전 분기(61.1)보다 2.6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22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나타난 반등으로, 7분기 연속 하락세가 마침내 멈추고 주택 구입 부담이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주택구입부담지수는 분기별로 산출되는 지표로, 중위소득을 가진 가구가 중위가격 주택을 표준대출 조건으로 구입할 경우 발생하는 원리금 상환 부담의 정도를 수치화한 것이다.

이 지수가 높을수록 주택 구입에 따른 금융 부담이 크다는 의미이며, 이번에 사용된 표준대출 조건은 총부채상환비율(DTI) 25.7%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7.9%의 20년 만기 원리금 균등 상환 방식이다.

지수 63.7은 가구가 적정한 금융 부담으로 간주되는 소득의 25.7%(DTI 기준)의 63.7%를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으로 부담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질적으로는 소득의 약 16.4%를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전국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고금리와 주택가격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던 2022년 3분기에 89.3으로 정점을 찍은 후, 금리 인상 기조 중단과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의 영향으로 지난해 2분기까지 7분기 연속 하락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전 분기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4분기에 들어 본격적인 상승으로 전환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2023년 4분기 157.9로 전 분기(150.9)보다 7포인트나 급등했다.

이는 서울 지역 주택 구입자들이 소득의 40.6%를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쓰고 있다는 의미로, 가계 재정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지역 지수의 경우 2022년 3분기 214.6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해 2분기에는 147.9까지 내려갔으나, 3분기부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4분기에는 더욱 가파르게 올랐다.

이에 따라 서울 지역 주택 구입자들의 금융 부담은 2023년 4분기 소득의 40.1%에서 지난해 1분기 38.8%로 잠시 하락한 후, 3분기 연속 30% 후반대를 유지하다가 4분기에 다시 40%를 넘어서게 되었다.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들 중에서는 지수가 100을 넘는 곳은 없었으나, 세종이 96.9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어서 경기(83.8), 제주(75.6), 인천(68.7), 대전(64.3), 부산(64.2) 등이 전국 평균인 63.7을 상회했다.

중간 수준의 부담을 보인 지역은 대구(57.5), 광주(52.9), 울산(47.8)이었으며, 강원(38.9), 경남(38.6), 충북·충남(각 35.9), 전북(33.0), 전남(30.6)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주택구입 부담을 보였다. 경북은 30.4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지수를 기록했다.

이번 지수 반등은 서울시가 지난 2월 일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하기 이전부터 이미 전국적으로 주택시장이 불안정해지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특히 2023년 4분기부터 시작된 주택 금융 부담의 증가는 최근 주택시장의 상승세와 맞물려 가계의 주거비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택구입부담지수 상승의 원인으로 2023년 말부터 시작된 주택가격의 반등과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금리 부담을 꼽고 있다.

또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이 시장 심리를 자극하며 주택 가격 상승 기대감을 키운 것도 주택 금융 부담 증가에 일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주택금융 전문가들은 앞으로 금리 인하 가능성과 주택 공급 상황, 그리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에 따라 주택구입부담지수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특히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의 높은 주택구입 부담은 가계 재정 안정성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