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연합뉴스]

4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던 15∼29세 청년층 장기 실업자 수가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전체 장기 실업자 10명 중 3명이 청년층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청년 고용 시장의 어려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가 8일 발표한 ‘최근 청년 고용시장의 3가지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개월 이상 구직 활동을 했음에도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 장기 실업자는 6만 9천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보다 2천 명 늘어난 수치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는 청년 장기 실업자 수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5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해 전체 장기 실업자는 22만 7천 명이었으며, 이 중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30.2%로 가장 컸다.

이어 30대가 5만 1천 명으로 22.3%를 차지하며 뒤를 이었다. 이를 종합하면 장기 실업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30대 이하 젊은 층으로, 사회에 진출한 초기 연령대에서 장기 실업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기 실업자 증가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고용 시장 전반의 회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실업 기간이 1개월 길어질 때마다 취업 확률이 1.5%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은 이러한 점을 지적하며, "장기 실업자 증가는 취업 확률을 낮추고 구직 단념 가능성을 높여 고용 회복을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면서 "장기 실업은 낙인 효과 등 구조적인 문제로 악화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청년층의 고용 사정이 녹록지 않다는 점은 또 다른 지표에서도 드러난다.

경총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쉬었음’으로 분류된 청년층은 무려 50만 4천 명에 달했다. 이는 2003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쉬었음'이란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가 없지만 "그냥 쉰다"고 응답한 경우로, 외형상 실업 상태임에도 구직 의사가 없어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쉬었음’ 청년들 가운데 다수가 과거 취업 경험이 있다는 사실이다.

올해 2월 기준 ‘쉬었음’ 청년의 71.4%인 36만 명이 과거 취업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늘어난 6만 1천 명 중 87.9% 역시 취업 경험이 있는 청년들이었다.

경총은 이를 두고 "노동시장 미스매치로 인해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서 구직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청년들이 단순히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취업을 경험한 후 더 이상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총 최문석 청년 ESG팀장은 "청년 유휴 인력이 스스로 진로를 탐색하고 노동시장으로 쉽게 복귀할 수 있도록 산업현장 맞춤형 직업훈련 등 고용 지원 서비스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삼성전자의 SSAFY, LG AI연구원의 LG에이머스 등 민간 주도의 수준 높은 청년 고용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해 청년들의 직무 역량을 높이고 일 경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이러한 노력이 청년들의 고용 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청년 고용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과제다. 단기적인 지원책을 넘어 청년들이 지속적으로 노동시장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이다.

취업 기회의 확대와 함께 노동시장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경총의 지적은, 현재 청년 고용시장이 직면한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힐링경제=하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