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가 4%대 눈앞 [자료사진=연합뉴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 경제의 하방 위험이 넉 달 연속 커지고 있다는 우려스러운 진단을 내놓았다.
KDI는 7일 발간한 '경제동향 4월호'에서 대내외 수요 증가세가 축소되는 가운데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통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대외 여건이 급격히 악화했다고 분석했다.
KDI는 "최근 우리 경제는 대외 여건이 급격히 악화하며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하며, 여러 경제 지표에서 악화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고 밝혔다.
2월 전산업생산은 1.2% 증가했으나, 이는 주로 조업일수가 1.5일 늘어난 데 따른 결과일 뿐, 건설업(-21.0%)을 비롯한 산업 전반의 생산 둔화 흐름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출 지표에서도 우려스러운 신호가 감지됐다. 3월 수출은 전월(0.7%)보다 높은 3.1%의 증가율을 기록했고, 일평균 기준으로도 5.5% 증가하면서 1∼2월의 저조했던 흐름을 일부 만회했다.
그러나 1분기 전체 수출은 정보통신기술(ICT) 증가 폭 축소의 영향으로 2.1% 감소했다. KDI는 이를 수출 증가세 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했다.
특히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주목할 부분이다.
KDI는 미국의 관세 인상 등 대외 여건 악화로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기업 심리가 이미 위축되고 있으며, 관세 인상 조치가 본격화하면 기업 심리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소비 부문에서도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로 내구재 소비는 반등했지만, 준내구재와 비내구재 부진이 지속되면서 1∼2월 평균 소매 판매는 1.1% 감소했다.
서비스 소비 역시 숙박·음식점업(-3.7%), 예술·스포츠·여가서비스업(-5.6%), 교육서비스업(-1.8%) 등 주요 업종을 중심으로 미약한 흐름이 계속됐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3.4로 여전히 기준치(100)를 하회하며 소비 심리 개선이 지연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투자 측면에서는 설비투자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호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으나, 통상 불확실성 등 수출 여건 악화로 하방 위험이 확대되는 상황이다.
건설기성은 1월에 이어 2월에도 큰 폭으로 감소(-21.0%)하면서 부진이 이어졌다.
고용 시장에서도 둔화 흐름이 지속됐다.
2월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전월과 유사한 13만6천명을 기록했으나, 제조업(-7만4천명)과 건설업(-16만7천명) 등 주요 업종의 취업자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실업률은 모든 연령대에서 상승했으며, 고용률 상승세도 완만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물가는 3월 소비자물가가 전월(2.0%)과 유사한 2.1%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KDI의 이번 진단은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와 글로벌 경기 둔화가 한국 경제에 점차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통상 환경 악화는 경기 회복에 중대한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선제적이고 효과적인 대응 정책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