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하면서 최장 60일 동안의 조기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14일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지속돼 온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차기 대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위헌·위법으로 판단하고 파면을 선고한 만큼, 여론 지형은 민주당에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자료사진=연합뉴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31일부터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응답률 22.4%,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51%)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여권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33%)보다 많았다.

민주당은 이러한 여론을 바탕으로 3년 전 대선 패배의 설욕을 벼르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계기로 정권 교체를 반드시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번 선거를 좌우 이념 대결이 아닌 '민주 대 반(反)민주' 구도로 끌고 가면 승산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차기 대권주자로서 당내 압도적 우위를 확보한 가운데, 후보 경선에서도 독주 채비를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대권 가도의 가장 큰 장애물을 제거했다.

1심과 마찬가지로 2심에서도 의원직 상실형이 나왔다면 대세론에 제동이 걸릴 수 있었겠지만, 이번 무죄 판결로 대세론이 더욱 굳건해졌다.

김동연 경기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두관 전 의원 등 비(非)이재명계 주자들이 견제에 나설 가능성도 있지만, 이 대표의 독주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1대 다(多)' 구도 속에서 경선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두고 혼탁해질 경우, 오히려 중도층이 이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용화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야권에서는 내란 세력 진압 이후 정권교체가 시대적 과제라며, 경선을 얼마나 건강하게 치러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조국혁신당 등 일부 군소 정당과의 '통합 원샷 경선'이 성사될지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파면된 윤 전 대통령을 배출한 국민의힘은 이번 조기 대선에서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고 출발하게 됐다.

국민의힘은 비상계엄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당 소속 대통령이 두 차례 연속 파면된 전례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와 달리 보수층이 결집하고 있지만, 승패를 가를 중도층과 무당층을 흡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당이 조기 대선에 참여한다는 부정합성도 있다"며 "중도층 표심을 설득하는 것이 국민의힘의 가장 큰 고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조기 대선의 동력을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서 찾을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사법 리스크를 강조하며 반(反)이재명 정서를 결집시키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은 저마다 '이재명 대항마'를 자처하며 몸풀기에 나섰다.

여론조사 상 당내 주자 중 선두로 나선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비롯해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한동훈 전 대표,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이들은 '87년 체제' 극복을 위한 개헌을 약속하며 이 대표를 포위 공격하는 동시에, 당내 경선을 치르면서 '컨벤션 효과' 극대화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대표 출신으로 대권 도전을 선언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보수 진영의 표를 얼마나 가져갈지도 중요한 변수다. 특히, 그가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를 이룰지 여부도 주목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조기 대선 국면은 빠르게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유리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국민의힘 역시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반(反)이재명 정서를 활용해 반격을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선거 구도가 어떻게 정리될지, 조기 대선에서 국민이 선택할 차기 대통령은 누구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힐링경제=홍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