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자료사진=연합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4월 1일 민주당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는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법안의 시행을 중단하고 국회에서 다시 심의하도록 요청하는 조치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고심을 거듭한 끝에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상법 개정안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을 포함한 대다수 기업의 경영 환경 및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더욱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문제가 된 상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해 야권 주도로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의 '회사'뿐 아니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재계는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주주들의 소송 위험으로 기업들의 장기적인 투자가 어려워지고,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에도 취약해질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이들은 정부에 거부권 행사를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한 권한대행은 상법 개정안의 취지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법률안의 취지는 이사가 회사의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서 지배주주 등 일부 집단의 이익만이 아니라 모든 주주의 이익을 공정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고 법안의 기본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어떤 의사결정이 총주주나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는 것인지 법률안의 문언만으로는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며 "이에 기업의 다양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혼란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이런 불명확성으로 해당 법률안은 일반 주주의 이익이 부당하게 침해당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본연의 목적을 넘어, 기업의 경영 의사결정 전반에서 이사가 민·형사상 책임과 관련한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됨으로써 적극적 경영 활동을 저해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러한 문제가 "결국 일반 주주 보호에도 역행할 뿐 아니라, 나아가 국가 경제 전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입법 과정에서 "입법 취지를 명확히 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충분한 협의 과정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대안으로 "상장 기업의 합병·분할 등 일반 주주 이익 침해 가능성이 큰 자본 거래에서 더욱 실효성 있게 일반 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를 통해 상장회사 중심으로 일반 주주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 관행이 정착되고, 관련 판례도 축적되면서 단계적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나가는 것이 우리의 현실에 더욱 적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번 재의요구권 행사는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의 기본 취지에 반대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며 "대내외 경제 여건이 매우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업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투자자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다시 한번 모색해 보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이번 재의요구권 행사로 상법 개정안은 국회로 돌아가 다시 심의를 받게 된다.
국회가 재의결할 경우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힐링경제=홍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