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대표부의 2025년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 표지 [자료사진=연합뉴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국방 절충교역과 소고기 수입 월령제한 등을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규정하며 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4월 2일로 예정된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3월 31일(현지시간) 발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다양한 무역장벽 사례를 지적했다. 특히 이번 보고서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의 국방 절충교역 제도를 무역장벽으로 분류했다.
USTR은 "한국 정부가 국방 절충교역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 방위 기술보다 국내 기술 및 제품을 우선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며 "계약 가치가 1천만 달러(약 147억원)를 초과할 경우 외국 계약자에게 절충교역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절충교역은 외국에서 대규모 무기나 군수품을 구매할 때 계약 상대방으로부터 기술이전이나 부품 제작·수출 등을 받는 제도로, 미국 방산업체들은 이를 불공정한 무역관행으로 보고 있다.
소고기 수입 제한도 주요 쟁점으로 부각됐다.
보고서는 2008년 한미 간 소고기 시장 개방 합의 당시 한국이 월령 30개월 미만 소고기만 수입하도록 한 제한을 "16년간 유지된 과도기적 조치"라고 비판했다. 또한 월령에 관계없이 육포, 소시지 등의 수입을 금지하는 정책도 지적했다.
디지털 무역 분야에서는 한국이 추진 중인 망사용료 제도와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문제 삼았다.
USTR은 "한국의 인터넷 서비스 공급자(ISP)에게 해외 콘텐츠 공급자가 망사용료를 내도록 하는 법안들이 한국 국회에 제출됐다"며 "일부 한국 ISP는 콘텐츠 공급도 함께 하고 있어 미국 콘텐츠 제공업자들의 비용 납부는 한국 경쟁자를 이롭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망사용료 부과가 한국 ISP의 독과점을 강화해 반경쟁적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 플랫폼 법안과 관련해서는 "한국 시장에서 활동하는 다수의 미국 대기업과 2개의 한국 기업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이지만, 다수의 다른 주요 한국기업과 다른 국가의 기업은 제외된다"며 차별적 적용 가능성을 제기했다.
자동차 시장 접근성도 여전히 미국의 주요 관심사다.
보고서는 "미국 자동차 제조사의 한국 자동차 시장 진출 확대는 여전히 미국의 주요 우선순위"라며 한국의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른 배출 관련 부품 규제의 투명성 문제 등에 우려를 표명했다.
제약 및 의료기기 산업에서는 한국의 가격 책정 및 변제 정책의 투명성 부족과 정부 정책 변경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 제시 기회 부족을 지적했다.
투자 장벽으로는 방송 분야의 외국인 투자 제한 정책을 거론했다.
지상파 방송에 대한 외국인 출자 금지, 케이블·위성방송 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 제한, 육류 도매업 등에 대한 투자 제한이 주요 사례로 언급됐다.
농업·생명공학 분야에서는 "한국의 규제 시스템이 미국 농산품에 도전"이라며 새로운 바이오기술 제품 허가 과정의 지연을 비판했다. 또한 화학물질 관리 관련 법률에서 규정 집행 가이드라인과 사업상 기밀 정보에 대한 보호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는 한국 국가정보원의 보안평가제도(SES)를 통한 추가 인증 요건 부과와 공공기관 네트워크 장비에 국정원 인증 암호화 기능 포함 요구 등을 문제 삼았다. 특히 한국인터넷진흥원의 클라우드 보안보증 프로그램(CSAP)이 "한국의 공공부문에 진출하려는 외국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에 상당한 장벽을 만든다"고 주장했다.
USTR은 매년 미국 수출업자가 직면한 무역장벽을 정리한 보고서를 3월 31일까지 대통령과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이번 보고서에서 지적된 사항들은 과거에도 자주 제기되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 '상호관세'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그 의미가 더욱 커졌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근대사의 미국 대통령 중 트럼프 대통령보다 미국 수출업자들이 직면한 광범위하고 해로운 외국 무역장벽을 인식한 대통령은 없다"며 "이 행정부는 불공정하고 상호주의에 반하는 이런 관행을 해결하고, 공정성을 회복하며, 세계 시장에서 미국 기업과 노동자를 우선하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여부와 세율에 이번 보고서의 내용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