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미 EU 무역수장들. [자료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미국이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EU와의 협상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한 가운데, EU는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단호한 대응을 시사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EU에 대해 "다음 주 상호관세 발표 전까지는 협상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내용은 EU 집행위원회가 전날 회원국 대사들에게 공유한 것으로,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의 미국 방문 결과를 전하는 자리에서 언급됐다.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당초 4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던 대미 보복관세를 '협상 시간 확보'를 이유로 연기했으나, 지난 2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과 회동한 이후에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오히려 다음 날인 2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외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EU는 더욱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자동차에도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으며, 4월 2일에는 상호관세까지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철강과 자동차는 EU의 주요 대미 수출품목이어서, 이번 조치가 EU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EU의 높은 부가가치세(VAT)에 대해 불만을 표출해온 만큼, 상호관세 조치에서도 EU가 주된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
EU 소식통들은 미국의 상호관세율이 최대 25%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정확한 관세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른 소식통은 "구체적인 수치는 단순한 추측에 불과하다"며 "미국 측으로부터 어떠한 정보도 제공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EU 집행위원회는 협상을 우선시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올로프 질 EU 집행위 무역담당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협상을 통해 미국과 EU 양측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해결책을 찾는 것이 우리의 최우선 목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단호하고 비례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U는 이미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대응해 총 260억 유로(약 41조 원) 상당의 미국산 상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집행위원회는 전날까지 27개 회원국의 의견을 수렴한 상태이며, 다음 주 미국이 상호관세를 발표하는 대로 보복관세 품목과 수위를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미국 방문을 마친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곧바로 중국 베이징으로 이동해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 회동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허리펑 부총리는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에게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미국의 관세 위협에 공동 대응하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셰프초비치 집행위원 역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 구 트위터)'를 통해 "EU와 중국은 양자 간 협력뿐만 아니라 글로벌 현안 해결에도 상호 관심을 갖고 있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EU와 중국 간 통상·투자 관계의 균형을 실질적으로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며, 중국과의 협력이 단순한 반(反)미 연대가 아니라는 점도 시사했다.
미국과 EU의 무역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EU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조치에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U는 협상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보복관세 시행 준비를 마친 상태이며, 중국과의 협력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오는 4월 2일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EU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따라 미-EU 무역전쟁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