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월 3일부터 외국산 자동차와 핵심 부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미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고율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자동차까지 추가되면서 글로벌 무역 전쟁이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한국, 일본, 유럽, 멕시코, 캐나다 등의 자동차 산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모든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외국 자동차 회사들이 이미 미국 내 공장을 지었지만 충분히 활용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에서 생산하는 기업들은 이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로 연간 1천억 달러(약 147조 원)의 세수 증가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관세는 4월 3일부터 발효되며, 이를 엄격하게 단속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포고문에 따르면 자동차뿐만 아니라 엔진, 변속기, 파워트레인 등 핵심 부품도 관세 대상에 포함되며, 일부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는 5월 3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번 조치의 주요 타깃은 한국, 유럽연합(EU), 일본, 캐나다, 멕시코 등 주요 자동차 수출국들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즉각적인 반발이 나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번 조치는 심히 유감스럽다"고 밝히며 대응책 마련을 시사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역시 "캐나다 노동자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자동차는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 1위 품목으로, 지난해 미국으로의 자동차 수출액만 347억4천400만 달러(약 51조 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자동차 수출의 49.1%를 차지하는 규모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에 약 97만 대를 수출했으며, 한국GM도 41만 대를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4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 건설 중인 '현대차그룹 메타 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 능력을 현재 연 30만 대에서 50만 대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앨라배마와 조지아 공장까지 합치면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연 12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이를 통해 미국 내 생산 비중을 70%까지 높여 관세 부과를 피할 계획이다.

반면 한국GM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한국GM은 연간 생산량의 85%를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어, 25%의 고율 관세가 적용되면 가격 경쟁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GM이 한국 사업장을 철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관세가 미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크다.

우선 미국 내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글로벌 부품 공급망을 활용하고 있어, 자동차 관세로 인해 생산 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완성차 가격이 인상되고 소비자 부담이 커지면서 자동차 판매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AP 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이 수입한 자동차 및 소형 트럭 규모는 2천440억 달러(약 359조 원)에 달하며, 주요 수입국은 멕시코, 일본, 한국 등이었다.

또한 자동차 부품 수입 규모도 1천970억 달러(약 290조 원)에 달해, 관련 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1월 20일 집권 2기 행정부를 출범한 이후 발표한 세 번째 품목별 관세 조치다.

앞서 그는 철강·알루미늄과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자동차 관세가 "임기 동안 지속될 것"이라며, 사실상 영구적인 조치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오는 4월 2일 국가별 관세율과 비관세 장벽을 고려해 '상호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추가적인 무역 규제가 이어질 가능성을 의미한다.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캐나다 등 주요 자동차 수출국들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 중이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번 조치가 글로벌 무역 질서를 흔드는 계기가 될지, 각국의 협상과 대응이 향후 무역 전쟁의 향방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