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전영오픈 정상에 복귀하고 포효하는 안세영 [자료사진=연합뉴스]

파리 올림픽 여자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삼성생명)이 세계 최고 권위의 대회인 전영오픈을 제패하며 세계 최강자로서의 면모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3월 17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1000 전영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2위 왕즈이(중국)를 접전 끝에 2-1(13-21, 21-18, 21-18)로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안세영은 이번 대회에서 32강에서 가오팡제(중국·15위), 16강에서 커스티 길모어(스코틀랜드·33위), 8강에서 천위페이(중국·13위), 4강에서 야마구치 아카네(일본·3위)를 차례로 물리치며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 왕즈이마저 격파하면서 올해 들어 20연승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이어갔다.

특히 안세영은 올해 말레이시아오픈, 인도오픈, 오를레앙 마스터스에 이어 전영오픈까지 차례로 제패하며 국제대회 4개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는 그녀가 지난 파리 올림픽에서 보여준 활약이 일회성이 아니라 진정한 세계 최강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우승은 결코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안세영은 준결승에서 야마구치와 경기 중 허벅지 통증을 호소했고, 결승전에서는 오랜만에 허벅지에 테이핑을 한 채로 경기에 임했다.

지난해 말부터 테이핑 없이 등장하며 고질적인 부상을 털어낸 것처럼 보였던 안세영에게 갑작스러운 통증은 우승의 걸림돌이 될 수 있었다.

결승 1게임에서 안세영은 부상 탓인지 평소의 민첩한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고, 범실까지 이어지며 왕즈이에게 13-21로 완패했다.

그러나 2게임에서 안세영은 특유의 끈질긴 수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특히 79차례나 이어진 랠리 끝에 7-6으로 앞서며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물샐틈없는 수비로 왕즈이를 당황케 했다.

2게임 후반부 18-18 동점 상황에서 안세영은 42회나 이어진 랠리를 스매시로 마무리해 19-18로 역전에 성공했고, 연속 득점으로 2게임을 가져왔다. 3게임에서는 양 선수 모두 체력적으로 힘든 싸움을 이어갔다.

결정적인 3게임에서 안세영의 집중력과 체력이 빛났다.

경기 내내 안세영의 질식 수비를 상대하면서 지친 왕즈이는 범실을 쏟아냈고, 18-18로 팽팽했던 막판 상황에서 왕즈이가 3연속 범실을 저지르며 안세영의 짜릿한 역전 우승이 완성됐다.

전영오픈은 1899년에 시작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배드민턴 대회로, 안세영은 2년 전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로는 27년 만에 여자 단식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대회에서는 야마구치에게 준결승에서 1-2로 패해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올해는 개인적으로는 2년 만에, 한국 배드민턴 역사에서는 또 다시 귀중한 우승을 일궈냈다.

이번 우승으로 안세영은 파리 올림픽 이후 더욱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며, 세계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확고한 1인자 위치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부상 속에서도 투혼을 발휘해 거둔 이번 우승은 안세영의 정신력과 기술력을 모두 보여준 값진 성과라 할 수 있다.

[힐링경제=차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