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항에 적재된 철강 제품들 [자료사진=연합뉴스]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 정책이 본격 시행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했던 '관세 전쟁'의 신호탄으로, 글로벌 무역 환경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 동부시간 기준 12일 오전 0시 1분(한국 시간 12일 오후 1시 1분)부터 미국이 수입하는 모든 철강·알루미늄과 파생상품에 25%의 관세가 부과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1기 때 철강 제품에 25%, 알루미늄 제품에 10%를 부과했던 것보다 강화된 조치다.

특히 이번에는 알루미늄 관세율도 25%로 상향 조정했으며, 관세 적용 대상을 253개 파생상품으로까지 확대했다.

그동안 각국과의 합의에 따라 적용해온 예외와 관세 면제는 원칙적으로 모두 폐지되었다.

다만 볼트, 너트, 스프링 등 166개 파생상품은 즉시 관세가 적용되는 반면, 범퍼, 차체, 서스펜션 등 자동차 부품과 가전 부품, 항공기 부품 등 87개 파생상품에 대해서는 미국 상무부의 추가 공고가 있을 때까지 관세 적용이 유예된다.

이번 조치로 한국이 2018년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철강에 적용받던 기존 면세 쿼터(연간 263만t) 역시 폐기된다.

그러나 전 세계를 상대로 동일한 25% 관세가 적용되기 때문에, 한국은 주요 수출 경쟁국과의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더 불리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수출 물량 상한이 없어지면서 한국 철강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관세 장벽으로 인해 US스틸 등 미국 업체 제품들의 가격 경쟁력이 향상되면서, 기존 한국산 제품의 수요를 미국 제품이 일정 부분 대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청(ITA)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철강 주요 수출국은 캐나다(71억 4천만 달러·23%), 멕시코(35억 달러·11%), 브라질(29억 9천만 달러·9%), 한국(29억 달러·9%), 독일(19억 달러·6%), 일본(17억 4천만 달러·5%) 등의 순이었다.

철강 업계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전체 철강 수출액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3%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1월 20일 백악관 복귀 이후, 첫 단계로 불법 이민자와 마약류 유입을 문제 삼으며 캐나다·멕시코·중국 등 3개국을 상대로 관세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번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모든 무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적용하는 첫 사례로, 글로벌 무역 질서에 상당한, 더 넓은 함의를 갖는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4월 2일부터 세계 각국의 대미 관세율과 비관세 장벽 등을 고려해 적용하는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어, 글로벌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러한 일련의 보호무역 조치들이 세계 무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각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