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연합뉴스]

12일 베일을 벗은 마블 스튜디오 신작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캡틴 아메리카 4')는 '어벤져스: 엔드 게임'(2019) 이후 샘이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번스 분)로부터 비브라늄 방패를 건네받고 후계자로 낙점된 뒤 처음으로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작품이다.

마블 팬 사이에서 '캡틴 아메리카=스티브 로저스'라는 공식이 확립된 만큼, 이를 깨뜨리고 샘을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이 영화의 핵심 과제다.

스티브는 초인적인 신체 능력을 바탕으로 빌런(악당)들을 쓰러뜨리며 9년 동안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반면 샘은 '슈퍼 혈청'을 맞지 않은 평범한 인간이다. 공군 출신에 히어로 '팔콘'으로서 뛰어난 전투 실력을 갖췄지만, 스티브처럼 초인적인 힘을 지닌 것은 아니다.

영화는 인간적인 한계를 지닌 샘이 미국을 대표하는 슈퍼 히어로로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기존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처럼 정치 스릴러 요소가 가미되며, 샘은 새롭게 등장한 팔콘 대니(호아킨 토레스)와 함께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세력과 맞서게 된다.

국무장관이었던 새디어스(해리슨 포드 분)는 대통령직에 오르며, 인도양에서 발견된 새로운 자원 '아만티움'을 둘러싼 외교 갈등이 전개된다.

새디어스는 화합을 강조하며 전 세계가 이 자원을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를 겨냥한 암살 미수 사건이 벌어지면서 국제사회는 미국 정부를 신뢰하지 않게 된다.

'우방' 일본과의 관계도 흔들리며, 현실 속 미·일 동맹이 연상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와중에 샘은 새디어스를 제거하려는 세력이 최면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를 파헤치며 음모의 중심으로 다가간다.

스토리 전개가 다소 느슨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마블 특유의 화려한 액션이 이를 보완한다.

초인적인 능력이 없는 샘의 전투 방식은 이전 시리즈보다 더 현실적이고 치열하다.

승리를 위해 몸을 던지고 주변의 물건을 활용하는 그의 전투 스타일은 마치 초기 MCU 영화의 날것 같은 액션을 연상시킨다.

업그레이드된 수트 역시 볼거리 중 하나다. 샘은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날개와 방패를 활용해 독특한 전투 스타일을 선보인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후반부 샘과 '레드 헐크'로 변한 새디어스의 대결이다.

피부가 붉게 물든 새디어스는 헐크와 같은 괴력을 지니게 되며, 샘과의 대결에서 압도적인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샘 역시 필사의 전략을 펼치며 예상외의 박빙 승부를 보여준다.

특히, 올해 82세인 해리슨 포드가 헐크로 변신하는 장면은 신선하면서도 낯선 느낌을 준다.

그는 그동안 MCU에서 새디어스를 연기해 온 고(故) 윌리엄 허트를 대신해 배역을 맡았다.

제목이 암시하듯,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하지만 마블의 핵심 팬층을 넘어 일반 관객의 관심까지 끌어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몇 년간 마블은 디즈니+ 시리즈와 극장용 영화의 세계관을 긴밀하게 연결하며 '진입 장벽'을 스스로 높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영화 역시 디즈니+ 시리즈 '팔콘과 윈터솔져'의 내용을 알고 있어야 더욱 이해하기 쉬운 구조를 갖고 있다.

앤서니 매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그가 캡틴 아메리카보다는 여전히 '팔콘'으로 보인다는 점 역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새로운 시대의 캡틴 아메리카가 마블 팬들에게 얼마나 깊이 각인될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행보에 달려 있다.

[힐링경제=차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