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올해 과일·채소 가격 상승률 선진국 중 1위

힐링경제 승인 2024.04.22 09:35 의견 0

한국은 올해 들어 과일·채소 가격 상승률이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에너지류 물가 상승률도 2위를 기록하며, 이는 최근 중동 사태나 기후 변화가 지속될 경우 한국이 경제 구조상 가장 물가를 잡기 어려운 나라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자료사진=연합뉴스]

글로벌 투자은행 노무라증권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과일류 상승률은 1~3월 월평균 36.9%로, 2위 대만(14.7%)의 거의 2.5배에 달했다.

채소류 상승률도 한국(10.7%)이 이탈리아(9.3%) 영국(7.3%) 등을 제치고 가장 높았다.

에너지류 물가 상승률도 한국은 프랑스(2.7%)에 이어 2위(1.1%)를 기록했다. 특히 3월에는 국제 유가 상승분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휘발유·경유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여 10개국 중 가장 높은 상승률(2.9%)을 보였다.

노무라증권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물가 상승 현상에 대해 “기본적으로 국제 정세 불안 등에 따른 유가 상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한, “여기에 작년 5월 전기 요금 인상의 여파도 있다”고 덧붙였다.

[자료사진=연합뉴스]

그는 유럽 국가들의 경우 전반적으로 2021~2023년 에너지 가격 폭등 이후 기저효과 등으로 에너지 물가 하락이 두드러지는 반면, 프랑스는 가정용 전기·가스 가격 중심으로 에너지류 물가 상승률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높은 식품류와 에너지류 물가 상승률은 결국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항목 제외)와 전체 소비자물가 흐름의 괴리로 나타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근원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근원 물가는 예상대로 둔화하고 있지만, 소비자물가는 상당히 끈적끈적(Sticky)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물가 구조와 흐름으로 미루어 향후 중동 사태나 이상 기후 등이 길어질수록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물가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과일·채소 물가 급등은 이상 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뿐 아니라 하우스 등 시설재배 비중이 커지면서 에너지 가격과 농산물 가격이 연동되는 경향, 유통 구조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사과 등 농산물 물가 관련 질문에 "중앙은행이 곤혹스러운 점은 사과 등 농산물 가격이 높은 것은 기후변화 등의 영향이라는 것"이라며 "금리나 재정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이제 근본적으로 기후변화 등이 심할 때 생산자 보호정책을 계속 수립할 것인지, 아니면 수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국민의 합의점이 어디인지 등을 생각해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답했다.

한 해외 금융기관 관계자도 "한국은 에너지에서 원유 의존도가 높은 편이고, 특히 농산물 가격은 재배 면적이 작은 국내 생산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아 상대적으로 다른 주요국보다 공급측 물가 압력이 커질 요인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더구나 총선 이후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 압박까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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