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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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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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던 1심 판결이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서울고법 민사9부(성지용 백숙종 유동균 부장판사)는 6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등 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3명에게 300만~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의 유해성 심사 및 공표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며 국가의 위법 행위를 인정했다. 특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나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등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성 심사가 불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안전성을 보장하는 것처럼 '유독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고시한 점을 지적했다. 또한, 이러한 고시를 10년 가까이 방치한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재판부는 "용도와 사용 방법에 관한 아무런 제한 없이 유독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공표하는 경우 국민의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예견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불충분한 심사와 고시에 따른 가습기살균제 제조·유통은 국민의 건강·생명·신체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고 직접적이었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다.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송기호 변호사는 "국가가 단순히 피해자들을 시혜적으로 돕는 것이 아니라 배상해야 하는 법적 책임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큰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국가에 상고하지 말고 피해자 배상을 최종적으로 국가의 법적 의무로 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다만, 재판부는 역학조사 미실시,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의약외품 미지정 등과 관련해서는 공무원의 위법행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원고 5명 중 2명은 이미 위자료와 동일한 성격을 가진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상 구제급여조정금을 상당 액수 지급받았으므로 이를 청구할 수 없다고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한편, 국가의 책임에 대한 논쟁을 재점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송기호 변호사는 구제급여 지급을 공제한 판결에 대해서는 피해자에게 실질적으로 배상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에서 대단히 잘못됐다고 지적하며,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 등 다른 화학성분에 대한 국가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지에 대한 소송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힐링경제=하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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