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7차 유엔총회…각국 정상들 "전쟁 멈추라"

프랑스 "러 침공으로 제국주의 복귀", 튀르키예 "전쟁엔 승자 없다"

제3세계는 중립…브라질 "대러제재 최선 아냐", 세네갈 "신냉전 온상 안돼"

힐링경제 승인 2022.09.21 13:07 의견 0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자료사진=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막을 올린 제77차 유엔총회 일반토의의 최대 화두는 우크라이나 사태였다.

세계 각국의 정상급 인사들이 차례로 연설하는 일반토의에서 주요 발언자들은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면서 전쟁 중단과 외교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과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에 직면한 유럽 국가들이 주로 목소리를 높였으나, 국가별로 미묘한 온도차도 감지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일반토의 첫날 연설에서 "우리가 2월24일(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작일)부터 목격한 것은 제국주의와 식민 시대의 복귀"라며 "프랑스는 이를 거부하며 평화를 위해 지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침략과 영토 병합 행위를 통해 우리의 집단 안보를 깨뜨렸다"면서 "러시아가 패권국이 아니라면 누가 패권국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러시아를 겨냥해 "오늘은 유럽에서, 아마도 내일은 아시아 또는 아프리카 또는 라틴아메리카에서 영토 병합을 위한 다른 전쟁을 준비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어진 시간의 두 배인 30분 가까이 격정적으로 연설한 마크롱 대통령은 주먹으로 연설대를 친 뒤 이번 전쟁에 대해 중립을 지키는 나라들을 가리켜 "오늘날 침묵을 지키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는 신제국주의에 공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러 차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하며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온 마크롱 대통령은 "오직 함께할 때만 평화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곡물선 사진 보여주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자료사진=연합뉴스]

역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도 일반토의 연설에서 외교적 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쟁에는 결코 승자가 없고, 공정한 평화 절차에는 결코 패자가 없을 것"이라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이 위기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품위 있는 길을 제시하기 위해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외교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영토 및 주권 보전을 기반으로, 최근 다시 격화한 전쟁을 끝내기 위한 우리의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중재자로서의 면모를 부각시켰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미 P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침략당한 땅을 우크라이나에 반환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유엔 정상외교 무대에 데뷔한 윤석열 대통령은 구체적인 나라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오늘날 국제사회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과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인권의 집단적 유린으로 또다시 세계 시민의 자유와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고 말해 러시아와 중국 등을 겨냥했다는 해석을 낳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가 위험에 처했다. 그리고 마비됐다"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식량 위기와 에너지 위기를 경고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글로벌 비료 부족이 글로벌 식량 부족으로 번질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핵 무력 과시와 원전 안전에 대한 위협이 글로벌 불안을 가중하고 있다"며 러시아를 간접 비판했다.

반면 제3세계 국가들은 서방에 비해 중립적인 태도를 보였다.

회원국 정상 중 맨 처음 연단에 오른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일방적이고 선별적인 제재 채택이 분쟁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금의 상황은 우리 모두를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에서 멀어지게 할 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를 더러운 에너지원으로 돌아서게 한다"고 말했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분쟁 해결 노력을 촉구하면서도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아프리카연합(AU) 의장인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도 아프리카 대륙 지도자들이 한쪽을 선택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며 아프리카는 신냉전의 온상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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