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장악 아프가니스탄, 다시 테러 온상 우려 고조

힐링경제 승인 2021.08.17 13:17 의견 0

미군과 국제동맹군이 떠난 아프가니스탄이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에 넘어가자 극단주의 이슬람 테러 조직들이 다시 활개 칠 것이란 우려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17일 BBC방송과 외신들에 따르면 탈레반이 아프간에서 재집권하자마자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 등 테러 조직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아시아태평양재단 사잔 고헬 박사는 "알카에다 조직원 200∼500명이 현재 아프간 동부 쿠나르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조직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쿠나르는 숲이 우거진 계곡이 있기에, 전략적 가치가 큰 곳"이라며 "그곳에서 이미 알카에다의 존재가 확인됐고, 조직을 확대하려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서방세계가 억제하기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란 게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2011년 5월 미국 해군특전단(네이비실)이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한 뒤 세력이 크게 위축된 알카에다는 '탈레반의 역사적 승리'에 환호하고 조직 재정비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알카에다의 군사훈련 캠프에서 2만명이 테러 기법을 배운 것으로 추정된다.

서방 국가의 군사 전문가와 정치인들은 "알카에다의 아프간 복귀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이라크·시리아에서 밀려나 아프간에 자리 잡은 IS와 연계조직들 또한 세를 불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아프간에서는 그동안 수감돼 있던 탈레반, 알카에다, IS 조직원 5천여명이 풀려난 상태다.

이들이 빠른 속도로 테러조직 재편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서방 국가들이 아프가니스탄이 다시 국제 테러 집단의 안식처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연합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아프가니스탄의 세계 테러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도 "탈레반 재집권으로 아프간에서 알카에다와 IS 같은 테러 조직의 재건 가능성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집권한 탈레반이 알카에다 등 테러조직 활동을 묵인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배후인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의 신병 인도를 탈레반이 거부하자 나토 등 동맹국과 합세해 아프간을 침공, 최장기간의 전쟁으로 번졌다.

작년 2월 29일 체결된 평화 합의에서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개월 내 미군 등 국제동맹군 철수를 약속했고, 탈레반은 아프간에서의 극단주의 무장 조직 활동 중지와 함께 아프간 정파 간 대화 재개 등에 동의했다.

탈레반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길 원치 않고, 미국과 오랜 전쟁 교훈을 토대로 이번에는 테러 조직과 선을 그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미군 퇴역 장군인 조지프 보텔 전 중부사령관은 "알카에다가 미국 본토를 공격하도록 내버려 뒀다가 탈레반이 받은 고통은 엄청났다"며 "탈레반이 그동안의 교훈을 토대로 그러한 일을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단순한 생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미군의 또 다른 전직 고위관계자는 "탈레반이 국제적으로 합법성을 인정받기 위해 테러 조직을 견제할 것이란 예상은 순진하기(naive) 그지없다"며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탈레반에게 국제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또 다른 9·11 사태의 여건이 조성됐다. 탈레반이 없었다면 9·11테러도 없었을 것"이라며 "알카에다가 아프간에서 다시 부상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미국에 대한 위협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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