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 자살 언론 보도 변화... '베르테르 효과'감소

힐링경제 승인 2021.07.22 11:57 | 최종 수정 2021.07.22 16:24 의견 0

유명인의 자살을 다루는 언론 보도의 방향이 변하면서 일반인의 자살률이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 연구팀은 2005년부터 2017년까지 국내 자살률 추이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최근 자살률이 줄어든 배경으로 언론의 보도 변화를 꼽을 수 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팀은 2012년 '자살예방법'과 2013년 '자살 보도 권고기준'이 차례로 시행된 후 유명인 자살 보도 후에 한 달간 자살률 증가 폭이 단계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호주-뉴질랜드 정신의학 저널' 최근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2005년부터 2017년을 자살예방법과 자살 보도 권고기준 시행을 전후로 2005∼2011년, 2012∼2017년으로 나눠 국내 자살률 추이를 분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자살예방법과 자살 보도 권고기준 시행 이전인 2005년부터 2011년 사이 유명인의 자살 관련 보도가 나간 후에 한 달 동안 일반인 자살률은 평균 18% 늘었다.

유명인의 사망 직전 한 달 평균값과 비교한 결과로, 5년 치 월간 평균 자살률과 코스피, 실업률, 소비자물가지수 등을 모두 반영해도 자살 보도가 미친 영향이 뚜렷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유명인의 자살 보도를 접하면서 힘든 상황에 있는 일반인들이 이에 동조하거나 모방하는 '베르테르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2012년부터 변화가 감지됐다. 2012년 자살예방법과 2013년 자살 보도 권고기준이 차례로 시행되면서 유명인 자살 보도 후에 한 달간 자살률 증가 폭이 단계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2013년부터 2017년 사이에는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자살을 묘사하는 언론 보도를 자제하고 신중히 전하면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는 '파파게노 효과'가 과학적으로 규명된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전 교수는 "법적·제도적 정비와 더불어 자살을 대하는 언론의 보도 방향이 바뀐 덕분"이라며 "언론의 노력으로 지난 10년간 더 많은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2018년 이후에 다시 영향력이 늘어나고 있다"며 "유튜브,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더 쉽게, 더 다양한 경로로 유명인의 자살 관련 소식이 전해지는 만큼 이에 대해서도 자정을 위한 사회적 합의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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