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은 총재 [자료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내비치면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통화위원회 내부에서도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내년 경제 지표에 따라 인하 가능성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7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금통위원 6명 중 금리가 더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위원과 동결될 것으로 생각하는 위원이 3대 3"이라며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여러분이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직접적으로 금리 인하 종료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이나 금통위 내부 의견 분포 등의 변화로 미뤄 이날을 기점으로 추가 인하 가능성이 이전과 비교해 뚜렷하게 줄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결국 내년 성장률 등 경제 지표에 따라 인하 가능성이 되살아날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 변화는 무엇보다 통화정책방향 의결문 문구에서 확인된다.
금통위는 작년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춰 통화정책의 방향을 완화 쪽으로 전환한 이후 지난달까지 줄곧 의결문에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 나가되 대내외 정책 여건 변화와 물가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하겠다는 취지의 문장을 빠뜨리지 않았다.
잠재성장률에 한참 못 미치는 경제성장률 등을 고려할 때 통화 완화정책과 금리 인하 사이클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메시지였다.
하지만 이날 4연속 금리 동결 이후 공개된 의결문을 보면, 금통위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되,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와 이에 따른 성장과 물가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여부와 시기를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0월 의결문과 비교하면 인하 기조가 가능성으로, 추가 인하 시기가 여부로 대체됐다.
3개월 후 금리와 관련한 금통위원들의 의견 분포를 공개하는 한은식 포워드가이던스에도 한 달 사이 큰 변동이 있었다.
앞서 8월과 10월 회의 당시에는 금통위원 6명 중 각각 5명과 4명이 3개월 뒤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지만, 이날 회의에서는 인하 의견이 3명으로 줄었다. 반대로 동결 예상 위원은 1명, 2명을 거쳐 3명으로 늘었다.
이창용 총재는 동결 의견 증가와 관련해 "환율 변동성이 상당폭 확대되고, 물가에 대한 우려도 커지면서 당분간 금리를 동결하고 변화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라고 설명했다.
경기 회복 기대가 커진 점도 금통위 안에서 인하 목소리가 줄어든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그만큼 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할 명분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기존 각각 0.9%와 1.6%에서 1.0%와 1.8%로 상향 조정했다.
이 총재는 "한·미 무역 협상 타결과 글로벌 반도체 호조 등으로 수출과 설비투자 증가세가 당초 예상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소비 측면에서도 확장적 재정 정책과 경제 심리 개선의 영향이 커지면서 회복세가 좀 더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통위 내부뿐 아니라 시장과 전문가 사이에서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놓고 의견이 크게 나뉘고 있다.
경기 회복을 낙관하며 금리 인하 사이클이 끝났다는 분석과,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에 이르지 못한 상태에서 내년까지 미국 관세 불확실성과 건설투자 부진 등이 이어지면 한두 차례 금리를 더 내릴 수도 있다는 진단이 엇갈린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없어도 한국 경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 안정까지 고려하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사이클은 종료됐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역시 "한·미 기준금리 격차를 정상 수준까지 줄이려면 한국은행은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해야 하는데, 이런 측면에서는 인하 사이클이 끝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며 "과거 사례로 미뤄 인하 사이클 종료에서 인상 시작까지 약 1년 반 정도 동결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나머지 전문가들은 대체로 내년 1차례에서 2차례 추가 인하를 전망했다.
조영무 NH금융연구소장은 "내년 4월 한국은행 총재 교체 이후 하반기까지 1회에서 2회 인하 기조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 성장률 상승이 대부분 기저효과 때문인데, 하반기로 갈수록 기저효과가 약해지면 경기 우려가 커지고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고려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기 상황에 따라 내년 1분기와 2분기, 상반기 중 한 번 또는 두 번 정도 금리를 더 내릴 여유는 있다"며 "0.25%포인트씩 두 번 내리면 2.0%인데 이는 중립 금리 수준이라 그때 인하가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도 "잠재성장률 반등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인하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며 "내년 7월 한 차례 추가 인하를 예상한다"고 했다.
이 총재는 반으로 갈린 현재 금통위 상황을 해석해달라는 요청에 "모든 의견은 경제 상황에 따른 조건부 전망"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금통위원 중 금리 인상 가능성을 논의하자는 분은 없었다. 현 시점에서 금리 인상을 논의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은 부인했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