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자료사진=연합뉴스]

오는 27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는 현재 연 2.50%인 기준금리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시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 증가세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 꼽았다.

최근 정부의 10·15 대책 발표 이후 수도권 집값 상승률이 다소 둔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상승 흐름이 꺾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1월 셋째 주 기준 전주 대비 0.20% 상승하며 3주간 둔화되던 흐름이 4주 만에 되살아났다. 가계대출 증가세도 심상치 않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0일 기준 769조 2,738억 원으로, 11월 한 달 증가액이 이미 10월 전체 증가분을 넘어섰다.

환율 역시 한국은행이 적극적으로 금리를 조정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21일 장중 1,476원까지 치솟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높은 환율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경우 원화 약세를 더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서울 집값 강세와 원화 약세 흐름을 보면 한은이 금리를 내리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동결 전망에 힘을 실었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 역시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와 집값에 상승 압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한은이 신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또 하나의 이유로 미 연준의 불확실한 기준금리 경로를 꼽는다. 한·미 금리 차가 벌어질 경우 자본 유출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최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는 12월 FOMC에서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이 70% 이상 반영됐다. 하지만 하루 전까지만 해도 39% 수준에 머물렀고, 뉴욕 연은 총재의 발언 한 번에 전망이 뒤집힐 만큼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미 연준은 지난 10월 말 기준금리를 3.75~4.00%로 인하했으며, 현재 한국(2.50%)과의 격차는 1.50%포인트다. 만약 한국은행이 이달 금리를 인하한다면 격차는 다시 1.75%포인트로 벌어지게 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한·미 금리 역전은 비정상적 구조”라며 “연준이 매파적 입장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한국만 먼저 금리를 내리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 개선과 민간 소비 회복은 금리 인하 필요성을 줄이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는 “수출과 소비 흐름이 개선되고 있어 추가 인하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했고,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도 “성장 개선 기대가 커진 만큼 동결 명분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27일 발표될 한국은행의 새 경제전망에서 올해·내년 성장률 전망이 소폭이라도 상향 조정될 경우 금리 동결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준금리 ‘동결’ 공감대와 달리, 내년 금리 흐름에 대해서는 의견이 크게 갈렸다.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는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없이도 잠재성장률 회복이 가능하다”며 “한은의 인하 사이클은 사실상 종료됐다”고 전망했다.

주원 실장은 “과거 사례를 보면 인하 종료 시점부터 약 1년 반가량 금리가 동결 기조를 유지했다”며 비슷한 흐름을 예상했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 우려가 내년 하반기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최소 1~2회 인하 가능성을 높게 봤다.

조영무 NH금융연구소장은 “내년 4월 한은 총재 교체 이후 하반기에 1~2차례 인하할 것”이라며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시점에 경기 우려가 다시 확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내년 상반기 중 0.5%포인트씩 두 차례 인하할 여지가 있다”며 “2.0%까지 낮으면 중립금리 수준에 수렴하며 인하 사이클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연구위원도 “잠재성장률 회복 신호 전까지는 인하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 7월 추가 인하 가능성을 본다”고 전망했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