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맥도날드 로고 [자료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심화한 인플레이션 흐름에 최근 관세 여파까지 겹치면서 미국 내 소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 서부 지역의 대표 신문사인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16일 현지시간 맥도날드와 델타항공, 호텔 체인 등의 매출 실적과 연체율 자료를 토대로 최근 소비 동향 변화를 분석했다.
미국의 소비 양극화 논란을 촉발한 것은 지난 8월 발표된 맥도날드의 2분기 실적 결과였다.
맥도날드의 2분기 매출은 68억4천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 증가했지만, 주 고객층인 저소득층의 매장 방문은 두 자릿수 비율의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고소득층 방문은 저소득층 방문이 줄어든 만큼 늘어났다. 중산층 고객의 방문은 미미한 증가세에 그쳤다.
이러한 소비 양극화는 맥도날드 제품의 급격한 가격 인상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맥도날드 메뉴의 평균 가격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40% 올랐다.
메뉴별로 살펴보면 빅맥 평균가는 이 기간 4.39달러에서 5.29달러로 상승했다. 10조각 맥너겟 세트 가격도 7.19달러에서 9.19달러로 뛰어올랐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전 세계적으로 풀린 유동성이 물가를 밀어 올리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분별한 관세 정책은 상품 가격에 추가 악재가 됐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오른 미국 기준금리도 저소득층의 구매력을 위축시킨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신용점수 모델링 업체인 밴티지스코어가 2020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60일 이상 연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연 소득 4만5천 달러 미만 가구의 연체율은 팬데믹 이후 급증한 뒤 2022년 이후에도 하락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비 부담도 저소득층의 가계를 압박하고 있다. 하버드대학교 주택연구센터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임차인의 절반 수준인 2천260만 명이 소득의 30% 이상을 주거비에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9년보다 3.2%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높은 주거비 부담은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2023년 연 가구소득 3만 달러 미만 임차인의 주거비를 제외한 잔여 소득 중앙값은 월 250달러에 그쳤다. 이는 2001년보다 55%나 줄어든 것이다.
고물가와 고금리 탓에 쪼그라든 저소득층의 구매력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고소득층의 소득과 대비를 이루면서 소비 양극화를 촉발했다는 분석이다.
항공업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델타항공의 2분기 일반석 매출은 1년 전보다 5% 줄었지만 프리미엄 좌석 판매는 5% 증가했다.
호텔업계도 마찬가지다. 업계 조사기관 코스타에 따르면 포시즌스와 리츠칼튼 등 고급 호텔 브랜드의 올해 매출은 최근까지 2.9% 늘어났지만, 저가 호텔 매출은 같은 기간 3.1% 감소했다.
밴티지스코어의 리카르도 반데보 이코노미스트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저소득 가구가 생계를 유지하는 일이 매달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소비 양극화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소비 위축은 내수 시장을 약화시키고, 이는 결국 경제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