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연합뉴스]
한국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제조업의 성장세가 꺾이는 반면, 서비스업이 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구조적 변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관세 정책과 중국과의 경쟁 심화가 제조업 약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17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중기 경제 전망에 따르면, 2026년 제조업 실질 부가가치 증가율은 1.5%로 예상된다. 이는 올해 증가율 1.8%보다 0.3%포인트 낮은 수치다. 특히 내년 상반기에는 1.6%의 증가율을 보이다가 하반기에는 1.4%로 더욱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예산정책처는 미국의 관세 정책 영향이 본격화하고 국내 건설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제조업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시장 확대가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인공지능 관련 고성능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요가 확대되면서 내년 세계 정보기술 시장 규모는 매출액 기준으로 약 8.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4분기처럼 중국 업체의 공급 확대로 인한 가격 폭락이 재현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중국 제품과의 경쟁이 심화되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도 전망이 밝지 않다.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둔화되는 가운데 미국의 품목별 관세 부과는 미국 시장으로 향하는 자동차 수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서비스업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내년 서비스업 실질 부가가치 증가율은 2.0%로 올해 1.4%보다 0.6%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내년 제조업 증가율 1.5%를 0.5%포인트가량 앞서는 수치다.
서비스업 성장의 주요 동력으로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보건업 수요 증가, 유가 안정화와 국내외 여행객 증가에 따른 운수업 성장세가 꼽혔다. 다만 대출 잔액 증가로 인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소비를 위축시켜 서비스업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됐다.
중기적으로도 서비스업 우위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27년 제조업 부가가치 증가율은 2.1%로 소폭 회복하지만 2028년과 2029년에는 각각 1.7%로 다시 1%대 후반으로 내려앉을 전망이다. 같은 기간 서비스업 부가가치 증가율은 2027년 2.1%, 2028년 2.1%, 2029년 2.0%로 제조업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부가가치 증가율 역전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임을 의미한다. 제조업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사이 서비스업은 2% 안팎의 성장세를 이어가는 구조가 정착되는 것이다.
실제로 주요 경제 기관들도 내년 한국 경제는 수출보다 내수가 주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지난 11일 발표한 경제 전망에서 내년 한국 경제가 수출은 둔화하지만 내수 회복세에 힘입어 1.8%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제조업 기반이 미국으로 이전되고 대미 투자가 본격화하면서 국내 신규 설비투자가 위축되고 제조업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부가가치 둔화가 예상된다"며 "해외 기업 시설을 국내에 유치하고 외국 자본을 유입할 정책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함께 서비스업의 질적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균형 잡힌 산업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첨단 산업 육성, 서비스업의 생산성 향상이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