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900선도 붕괴 [자료사진=연합뉴스]

코스피가 7일 미국발 인공지능 거품론 재점화와 미·중 갈등 심화 등의 영향으로 장중 3,900선마저 내주며 급락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대규모 매도가 이어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만으로는 지수 방어가 역부족인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52분 현재 코스피는 전날 종가 대비 133.79포인트, 3.32% 내린 3,892.66을 기록 중이다. 장중 한때 3,887.32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그간 코스피 상승을 주도해왔던 반도체 양대 기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같은 시각 각각 2.77%, 4.22% 하락했다.

두 반도체 대형주를 포함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오르는 종목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전반적인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지수 하락을 주도하는 것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다. 이들은 각각 2,718억원, 2,386억원의 순매도를 기록 중이다.

개인 투자자만 홀로 5,096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방어하려 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증권가는 이날 급락세의 가장 큰 원인으로 AI 버블론 재점화를 꼽고 있다. 이 영향으로 전날 밤 미국 증시는 3대 주가지수가 모두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특히 엔비디아는 3.65%, 팰런티어는 6.84%, AMD는 7.27% 각각 하락하는 등 AI 관련 대표 종목이 모두 큰 폭으로 하락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요 기술주를 중심으로 차익 실현 물량이 다시금 출회되면서 하락세로 마감했다며, 알파벳이 새로운 인공지능용 칩을 조만간 대중에게 공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엔비디아의 주가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저사양 AI 칩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는 소식도 국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해당 칩은 대중 수출 규제 기준을 준수했는데 이번 조치로 엔비디아의 어떤 칩도 중국에 수출을 할 수 없다는 점이 미·중 갈등 확대에 대한 우려로 작용했다고 짚었다.

이 여파로 달러 대비 원화 환율 약세가 나타나면서 투자 심리가 악화돼 코스피가 낙폭을 확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환율은 이날 오후 들어 1,456원을 훌쩍 넘어섰다.

중국의 10월 수출 실적 부진도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다. 중국의 10월 수출은 달러 기준으로 1.1% 감소하며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9월 수출 증가율 8.3%는 물론, 로이터 통신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 3.0%도 크게 하회한 수준이다.

서상영 연구원은 중국의 수출 부진이 한국의 수출 감소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키우며 투자 불안감을 가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미국의 AI 거품론 재점화, 미·중 갈등 심화, 중국 경제 둔화 우려 등 대외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코스피가 3,900선 붕괴라는 심리적 타격까지 받게 됐다.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이탈이 지속되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만으로는 지수를 지탱하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어 당분간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