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APEC 정상회의 기자회견 [자료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주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미국·중국·일본 정상과의 연쇄 회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후, 정상외교의 성과를 국익으로 연결하기 위한 후속 조치에 본격 착수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외교 슈퍼위크' 마무리 후 첫 근무일인 3일 별도의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APEC 주간의 외교 성과를 정리하는 동시에 참모들로부터 세부 협의 진행 상황을 보고받으며 향후 전략을 수립하는 데 집중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타결된 관세 협상의 공식 문건을 마련하는 일이다. 관세협상 결과는 양해각서(MOU)와 조인트 팩트 시트(합동 설명자료) 두 가지 형태로 공개될 예정이며, 정부는 이번 주 내 최종 발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은 지난달 31일 경주 APEC 국제미디어센터 브리핑에서 "관세 협상 분야 MOU 및 조인트 팩트 시트는 거의 마무리됐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반도체 관세와 관련해 '한국에는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적용한다'는 취지의 문구를 공식 문서에 어떤 형태로 담아낼 수 있을지 여부다.

또한 농산물 추가 개방 문제 등 관세 합의 발표 이후 제기된 쟁점들도 공동 문서 발표를 통해 정리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안보 분야 협상에 대한 팩트 시트 역시 관세 분야 MOU·팩트 시트와 동시에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양국이 지속적으로 논의해온 원자력 협정 개정 문제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동맹 현대화' 부분에서는 국방비 증액이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포함될 수 있으나, 구체적인 표현의 수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특히 한국이 요청한 핵추진잠수함 연료 공급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용한 만큼, 이를 팩트 시트에 반영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승인 의사를 밝힌 점에서 한미 공동 문서에 관련 내용이 명시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논의 세부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면서도 "핵추진잠수함에 대해서는 후속 협의를 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중·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마련된 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도 이 대통령의 중요한 과제다.

한중 관계의 경우 대통령실과 정부는 이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경제·문화 분야 협력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판단하고, 한화오션 자회사에 대한 중국의 제재 완화와 중국 정부의 한한령(한류 제한령) 해제를 위한 물밑 협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핵추진잠수함 건조 등 한미 군사동맹 강화 흐름 속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일도 중요한 과제다.

일부 언론은 이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이 사안에 대해 '방어를 위한 조치'라며 양해를 구했고, 시 주석도 '유의한다'(이해한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당 보도는 사실과 다르며, 정상 간 회담에서 언급된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3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시 주석이 국빈 방문을 한 것 자체가 최악으로 가던 한중 관계의 복원이란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시 주석이 이 대통령에 대한 초대 의사를 밝혔는데, 아마 이 대통령이 조만간 중국을 방문하게 될 것 같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문제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일 관계에서는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리와의 첫 대면을 성사시킨 만큼, 양국 셔틀 외교 복원을 위한 실무 협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APEC 폐막 후 기자회견에서 "이제 제가 일본을 방문할 차례인데, 가능하면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인) 나라현으로 가자고 말씀드렸다"며 일본 방문 의지를 드러냈다.

정상 간 소통 활성화를 통해 한일 협력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구상으로 분석된다.

[힐링경제=홍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