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이재용·정의선 치맥 회동 [자료사진=연합뉴스]

2025년 10월 30일 저녁,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치킨집 앞에 수백 명의 인파가 몰렸다.

15년 만에 한국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깐부치킨'에서 만나는 역사적 순간을 목격하기 위해서였다.

오후 7시 21분경, 젠슨 황이 트레이드마크인 검정 가죽재킷을 입고 정의선 회장과 함께 나타났다.

정 회장은 후드티와 회색 패딩의 편안한 차림이었다.

두 사람은 약 5분간 시민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인사를 나눈 후 식당으로 들어갔고, 곧이어 흰색 긴팔 티셔츠 차림의 이재용 회장도 도착했다.

식당 입장 전 젠슨 황은 기자들에게 "엔비디아와 한국은 발표할 내용이 많고, 이곳에는 훌륭한 파트너들이 있다"며 "내일 우리가 함께 진행 중인 훌륭한 소식과 여러 프로젝트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깐부'의 뜻을 아느냐는 질문에는 "치킨을 정말 좋아하고 맥주도 좋아한다. 특히 친구들과 치킨과 맥주를 함께 즐기는 걸 좋아한다"며 "'깐부'는 그런 자리에 딱 맞는 곳"이라고 답했다.

삼성전자 고대역폭 메모리 HBM 공급에 대한 질문에는 "이번 주에 공유할 좋은 뉴스가 많다"고 답해 기대감을 높였다.

세 사람은 길거리 쪽 통유리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젠슨 황은 딸 매디슨 황이 준비한 일본 술 하쿠슈 2병에 직접 사인을 해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에게 선물했다. 여기에 엔비디아의 개인용 AI 슈퍼컴퓨터 'DGX 스파크' 신제품도 각각 1개씩 전달했다.

테이블에는 치즈볼, 치즈스틱, 순살과 뼈 치킨 한 마리씩이 올랐다. 맥주 '테라'와 소주 '참이슬'로 이루어진 이른바 '테슬라'도 반주로 나왔다. 젠슨 황이 옆 테이블의 소맥 타워에 관심을 보이자 이재용 회장이 소맥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젠슨 황은 몰려든 시민들과 자유롭게 인사하며 직접 큰 박스를 들고 김밥, 바나나우유 등 미리 준비한 선물을 나눠주었다. 그 사이 이재용 회장은 "치맥 먹는 거 한 십년 만인 거 같아요"라고 했고, 정의선 회장은 "난 자주 먹는데"라며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

방문한 어린이에게는 세 사람 모두 기념 사인을 해줬다. 이재용 회장은 '효자되세요'라는 문구와 이름을 적었고, 정의선 회장은 사인만 남겼다. 젠슨 황은 한 어린이의 티셔츠에 큰 글씨로 사인을 해주기도 했다. 결혼식 청첩장에 황 CEO의 사인을 받아 간 시민도 있었다.

경찰과 소방대까지 출동해 질서를 유지할 정도로 가게 밖이 시끄러워지자 이재용 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신기하다는 듯 밖을 구경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젠슨 황은 "오늘은 내 인생 최고의 날"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이어 시민들에게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같이 치킨을 먹는 것을 본 적이 있냐고 묻자, 정 회장은 "우리 둘이 치킨 먹는 건 처음이다. 황 CEO 덕분에 이렇게 먹는다"고 밝혔다.

정의선 회장이 소맥을 제의하자 젠슨 황은 옆 테이블 시민들과 '치얼스'를 외치며 원샷으로 잔을 비우고 '쏘 굿(So good)'을 연발했다. 약 1시간 이어진 자리를 마치기 전에는 세 명이 팔을 걸고 러브샷을 하며 우정을 과시했다. 이재용 회장은 "맛있다"라고 감상을 전했다.

계산은 이재용 회장이 맡았다. 이 회장이 "오늘 내가 다 살게요"라고 하자 시민들은 '젠슨 황'을 연호했다. 젠슨 황은 "이 친구들 돈 많다"라고 농담했고, 이재용 회장은 "많이 먹고 많이 드세요", 정의선 회장은 "저는 2차 살게요"라고 화답했다.

젠슨 황이 "오늘 모두 공짜"라며 식당의 '골든벨'을 울렸고, 결국 이재용 회장이 약 200만원 상당을 결제했다. 예상치 못한 골든벨로 무료로 치킨과 맥주를 즐긴 시민들은 "오늘 운이 좋다"며 웃으며 매장을 나섰다.

이재용 회장은 가게를 떠나며 "좋은 날 아니에요? 관세도 타결되고 살아보니까 행복이라는 게 별것 없어요. 좋은 사람들끼리 맛있는 거 먹고 한잔하는 게 그게 행복"이라며 의미심장한 소감을 남겼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참석차 방한한 젠슨 황은 GPU 글로벌 시장을 지배하며 세계 AI 전환을 이끄는 시대의 아이콘이다. 그는 이번 방한 기간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 정부와 GPU 공급 및 AI 산업 혁신을 위한 협력을 발표할 예정이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