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이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에 합의하며 5개월간 이어진 관세협상이 사실상 타결됐다.

29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투자 구조와 관세 세율 등 핵심 쟁점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이뤄졌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APEC 미디어센터 브리핑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회담 결과를 발표하며, 투자 패키지가 현금 투자 2,000억 달러와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로 구성됐다고 밝혔다. 특히 현금 투자에는 연간 200억 달러 상한이 설정돼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마스가 프로젝트’로 명명된 조선업 협력은 한국 기업 주도로 추진되며, 투자 외에 보증도 포함된다.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만 추진하고, 투자위원회와 협의위원회를 통해 부적절한 사업을 걸러낼 예정이다.

수익 배분은 원리금 상환 전까지 한미가 5대 5로 나누며, 20년 내 회수가 어려울 경우 비율 조정이 가능하다. 미국 측은 회수 후 9대 1 배분을 주장하고 있어 향후 조율이 필요하다. 손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우산형’ 특수목적법인 구조도 도입됐다.

관세 분야에서는 7월 합의를 재확인했다. 미국의 한국산 자동차 관세는 25%에서 15%로 인하되며, 의약품·목제는 최혜국 대우, 항공기 부품·제네릭 의약품·천연자원 등은 무관세가 적용된다. 반도체는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조정됐다. 농업 분야에서는 쌀·쇠고기 추가 개방을 막고 검역 절차 개선에 합의했다.

향후 절차로는 대미 투자 펀드 기금 신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며, 법안 제출 시점부터 관세 인하가 소급 적용된다. 통상 분야 양해각서는 문안이 거의 마무리됐고, 산업부 장관 서명 후 법 제출 절차가 시작될 예정이다.

김 실장은 “어제까지만 해도 협상 전망이 밝지 않았지만, 오늘 급진전됐다”며 미국 측의 양보가 있었다고 시사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이어진 관세협상은 이번 합의로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