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CEO 서밋 참석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자료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해 경북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서 관세 정책의 성과를 집중 부각하며 자신의 치적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된 연설에서 미국의 전통산업 부흥, 경제 체질 개선, 미래산업 육성, 그리고 전 세계 분쟁 중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세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의 주요 정책인 전통 제조업 부활 프로젝트에서 관세를 핵심 동력으로 제시했다. 그는 "우리가 많은 철강을 다시 만들어내기 시작했다"며 "공장이 다시 돌아가는데 이는 국가안보이며 관세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과 알루미늄 등에 고율관세를 부과해 자국 제조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고질적 문제인 국가채무 해결책으로도 관세를 내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덕분에 향후 10년 동안 미국 재정적자를 4조 달러(약 5천700조원) 줄일 것으로 추산된다"며 "내 생각에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이 줄일 것 같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미국 정부부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2029년까지 그리스, 이탈리아를 넘어설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채를 방치할 수 없고 달러의 가치를 높여야 하고 궁극적으로 연방 예산에 균형을 잡아야 한다"며 "우리의 공정한 관세 덕분에 빨리 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 관계에서도 관세가 긍정적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자신이 중재한 '쿠알라룸푸르 평화합의'를 언급하며 이 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태국과 캄보디아는 이 합의에 따라 무력충돌 등 모든 적대 행위를 끝내고 국경지대에서 중화기를 철수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덕분에 우리 동맹이 강화할 뿐만 아니라 세계평화를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이는 고율관세를 앞세워 세계 각국에 대한 영향력을 전방위로 강화한 점을 스스로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자의적으로 책정한 '상호관세'를 설명하면서도 동맹 강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방과 체결하는 (관세) 합의로 우리의 동맹은 어느 때보다 가까워지고 강력해진다"며 조선, 에너지, 반도체, 핵심광물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산업에서 제휴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된 것이 관세의 동력이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중 내빈을 소개하면서 한미 무역협상의 주요 책임자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직접 거명하며 찬사를 보냈다. 그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사람"이라며 "우리 쪽 사람들은 그를 매우 강인한 사람으로 얘기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역량이 좀 더 떨어지는 사람을 (협상 상대로) 만나기를 바라는데 한국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장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평가는 예상보다 마무리가 늦어지고 있는 한미 무역협상을 염두에 둔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은 미국을 상대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익에 부합하는 합리적 합의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세부사항 조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곳곳의 분쟁을 자신의 개인적 역량으로 해소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민주콩고와 르완다, 태국과 캄보디아 등의 전쟁을 자신이 멈췄다고 밝혔다.

특히 중동 평화구상의 첫 단추인 가자지구 휴전을 높이 평가하며 "불가능한 일"이라며 "우리가 중동에 평화를 창조하리라 누가 생각이나 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현재로서 이루지 못한 목표라고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내가 관계가 좋아서 쉬운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푸틴 대통령은 좀 달랐다"고 말했다. 다만 "그래도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전쟁이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에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