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관 장관(왼쪽)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오른쪽) [자료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하루 앞둔 가운데 한미 양국이 막판까지 장관급 협의 채널을 가동해 관세 협상 타결을 모색했으나, 극적 합의 도출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8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대미 관세 협상을 총괄하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주말 이후 최근까지 두 차례 이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화상회의를 열고 3천500억 달러(약 502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실행 방안을 중심으로 협의를 진행했다.
김 장관은 지난 22일(현지시간)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함께 방미해 워싱턴 DC에서 러트닉 장관과 대면 협의를 진행하고 24일 새벽 귀국했다. 양측은 곧바로 추가 협의를 이어가며 막판까지 합의점 도출을 시도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30일 타결한 관세 협상에서 미국이 예고한 대한국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한국이 총 3천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시행하는 등의 내용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행 방안을 놓고는 큰 이견을 보여왔다.
당초 한국은 3천500억 달러 가운데 5% 이내 수준에서만 직접 현금 투자를 하고 나머지 대부분을 보증으로 채우려 했으나, 미국은 일본과의 선행 합의 사례처럼 현금 투자 중심의 백지수표 방식을 요구해 양측은 교착 상태에서 접점 찾기를 시도해왔다.
미국 측은 단기간에 대량의 외화를 제공할 경우 경제에 심각한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한국 측의 입장을 부분적으로 수용한 상태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한국이 매년 250억 달러씩 8년간 총 2천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 현금 투자를 요구하고 있어 양측의 간극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국 측은 미국에 10년에 걸쳐 매해 70억 달러씩, 총 700억 달러 규모까지 현금 투자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 3천500억 달러 규모 투자 패키지 중 미국은 적어도 절반 이상을 현금 투자로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한국은 20% 이상은 어렵다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한미는 29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이 임박한 가운데 진행한 최근 화상 협의에서도 투자 규모 등 핵심 쟁점을 두고 유의미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한미 양국 정부 관계자들의 대외 공개 발언도 막판 극적 합의 도출 기대감을 낮추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공개된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대미 투자 패키지의 주요 내용에 대한 양국 간 논의가 아직 교착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투자 방식, 투자 금액, 시간표, 우리가 어떻게 손실을 공유하고 배당을 나눌지 이 모든 게 여전히 쟁점"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한두 가지 쟁점만 빼고는 논의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기존 우리 정부의 설명과 달리, 현금 투자 비중 외에도 이익 귀속, 위험 분담 등 여타 거의 모든 쟁점에서도 한미 간 견해차가 상당히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아시아 순방에 동행 중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27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백악관 출입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미 무역협상이 29일까지 마무리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아직은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처리해야 할 세부 사항이 많고 매우 복잡한 협상"이라고 설명했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