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연합뉴스]
전세대출 제도의 고소득층 편중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전세대출 잔액의 3분의 2가 고소득층에 집중된 반면, 저소득층 비중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은행이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고소득 차주가 받아간 전세대출은 전체 잔액의 65.2%에 달했다. 이는 무주택 저소득층이 자구책으로 전세대출을 주로 이용한다는 일반적인 인식과 배치되는 수치다.
소득 상위 30%에 해당하는 고소득층의 전세대출 잔액 비중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셋값 상승기와 맞물려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2021년 1분기 말 61.2%였던 비중은 2022년 1분기 말 62.3%, 2023년 1분기 말 62.4%, 2024년 1분기 말 62.8%로 완만하게 상승했다.
이후 올해 1분기 말 64.6%로 급증했으며, 2분기에는 65%를 넘어섰다.
차주 수 기준으로도 유사한 추세를 보였다.
2021년 1분기 말 49.8%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던 고소득층 비중은 2022년 1분기 말 50.9%, 2023년 1분기 말 51.8%, 2024년 1분기 말 52.3%, 올해 1분기 말 54.0%로 꾸준히 확대됐다.
올해 2분기 말에는 54.6%를 기록했다.
반면 소득 하위 30%에 속하는 저소득층의 전세대출 비중은 잔액과 차주 수 기준 모두에서 추세적으로 감소했다.
올해 2분기 말 저소득 차주가 받아간 전세대출은 전체 잔액의 7.6%에 불과했다.
이 비중은 2021년 1분기 말 9.1%에서 2022년과 2023년 1분기 말 각각 8.9%, 2024년 1분기 말 8.1%, 올해 1분기 말 7.7%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차주 수 기준 저소득층 비중도 2021년 1분기 말 12.5%에서 계속 줄어들었다.
2024년 1분기 말 10.3%였던 비중은 올해 1분기 말 9.9%로 떨어져 10% 아래로 내려갔으며, 2분기에도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소득 상위 30~70%의 중소득층 전세대출 비중 역시 잔액과 차주 수 기준 모두에서 감소해 저소득층과 비슷한 양상을 나타냈다.
이러한 고소득층 집중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는 2021년 이후 급격한 전세 보증금 상승이 지목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 가격이 치솟으면서 전세 보증금도 함께 올랐다"며 "고소득층의 보증금 절댓값이 크기 때문에 같은 상승률이라도 대출 잔액이 더 많이 늘어 비중이 커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고소득층의 경우 대출 규제 강화 이전 갭투자를 통해 수도권 핵심지에 주택을 구매하고, 전세대출을 받아 다른 지역에서 세입자로 거주하는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저소득층이 사실상 대출 소외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규제로 버팀목 전세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등 저소득층이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열악해지고 있다"며 "집값과 전셋값이 계속 올라 저소득층이 살 수 있는 집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훈 의원은 "이재명 정부 부동산 규제로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전·월세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며 "청년, 신혼부부, 무주택 서민 등 실수요자들이 전세 시장에서도 밀려나 월세로 내몰리는 악순환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우려를 표했다.
일각에서는 고소득층 위주로 재편된 전세대출 제도가 가계부채 문제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전세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레버리지가 계속 확대된다"며 "고통이 있어도 끊어야 할 시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