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연합뉴스]

일본 자민당 총재 다카이치 사나에가 21일 제104대 총리로 선출되며 일본 내각제 140년 역사상 첫 여성 총리가 됐다.

강경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그는 중의원 본회의 1차 투표에서 237표를 얻어 과반을 확보했고, 참의원에서는 결선 투표 끝에 총리로 지명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나루히토 일왕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새 내각을 공식 출범시켰다. 관방장관에는 기하라 미노루 전 방위상을, 자민당 총재 선거 경쟁자였던 고이즈미 신지로, 하야시 요시마사, 모테기 도시미쓰 의원은 각각 방위상, 총무상, 외무상에 기용될 예정이다. 이는 당내 융화를 위한 인사로 풀이된다.

중의원 10선의 다카이치 총리는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역임한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을 바탕으로 입지를 다져왔다. 자민당 총재 선거 승리 이후 중도 보수 성향의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했지만, 강경 보수 성향의 일본유신회를 새로운 연정 파트너로 끌어들이며 총리직에 올랐다.

다만 유신회는 ‘각외 협력’ 형태로 연정에 참여해 기존 자민당·공명당 연정보다 협력 강도가 약할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과 유신회는 국회의원 정수 축소, 후원금 폐지, 선거 조율 등에서 갈등 요소를 안고 있으며, 의석수도 과반에 미치지 못해 다른 정당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의원 총회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이라면 유연하게 전진하겠다”며 “각 당과 폭넓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강경한 역사·영토 인식은 한일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는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정기적으로 참배해 왔으며, 외교 일정으로 최근 참배를 보류했지만 향후 보수층 결집을 위해 다시 참배할 가능성도 있다.

이로 인해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 체제에서 유지되던 한일 협력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정 공백을 고려해 고물가 대책 등 민생 정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며, 총재 선거 과정에서 재정 확장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시바 내각은 이날 오전 총사직하며 386일간의 재임을 마무리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총리 중 24번째로 긴 재임 기간이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