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턴과 트럼프 [자료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사기관과 대통령의 인사권 등 다양한 수법을 동원해 자신에게 맞선 인사들에게 집요한 보복을 가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재선되기 전 선거운동 때부터 공언해온 바다.
2023년 3월 미국보수연합(ACU) 주최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연례회의에 참석한 트럼프는 "2016년에 나는 선언했습니다. 나는 여러분들의 목소리라고. 오늘 나는 덧붙입니다. 나는 여러분들의 전사입니다. 나는 여러분들의 정의입니다. 그리고 부당한 일을 당하고 배신당한 이들에게 말씀드립니다. 나는 당신들의 응징입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CNN 방송은 16일(현지시간)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국가 기밀 유출 혐의로 기소된 것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본인에게 맞선 인사들에게 가한 보복 사례를 소개했다.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지난달 25일 의회에서 위증 등 혐의로 기소됐다. 코미 기소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명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며 다른 정적들에 대한 기소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코미 전 국장은 FBI 국장 재직 시절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 과정에 개입해 트럼프 선거운동본부에 도움을 줬다는 '러시아게이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지휘했으며, 트럼프 1기 초기인 2017년 5월 면직됐다. 이 같은 트럼프 진영과 러시아의 내통설 의혹 수사에 관여했던 인사 중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현재 FBI의 수사를 받고 있다.
볼턴은 8월 22일 자택과 사무실에 대해 FBI의 압수수색을 당한 후 이번에 기소됐다. 그는 트럼프 1기 때 1년 5개월간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후 2019년 9월 물러났으며 그 후로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볼턴에 앞서 이달 9일에는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이 대출사기 등 혐의로 기소됐다. 제임스 장관에 대한 기소는 2022년 트럼프와 그의 자녀들, 이들의 사업체와 그 임원들을 상대로 금융사기로 얻은 부당이득을 추징하는 소송을 제기한 데 대한 보복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주의 부당이득 추징 소송 외에도 2021년 1월 1차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후부터 올해 1월 2차 임기를 시작하기 전까지 4건의 기소를 당해 그중 1건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2022년 11월부터 2025년 1월까지 법무부 특별검사로서 트럼프 상대 수사 지휘를 담당했던 잭 스미스 전 법무부 특별검사도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서 연방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트럼프의 기밀문서 무단반출 사건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던 콜린 쇼건 전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청장은 올해 2월 초 면직됐고, 청장 대행을 맡게 된 윌리엄 보샨코 차장도 사임 압력을 받고 사표를 냈다.
트럼프 2기 초기 약 1개월간 FBI 국장 직무대행을 지냈던 브라이언 드리스컬은 올해 8월 FBI에서 쫓겨났다. 그는 2021년 1월 6일 연방의회 의사당 폭동 사건 수사에 관여했던 FBI 고위 간부들을 면직하고 요원 수천명의 명단을 작성해 넘기라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압력에 저항하다가 면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혹은 아무런 이유 설명 없이 면직된 법무부와 연방검찰 소속 인사들이 여럿 있다. 제임스 코미의 딸인 모린 코미 전 뉴욕남부 연방지검 소속 검사, 데저레이 리 그레이스 전 뉴저지 연방지검 수석차장이 이에 해당한다.
에레즈 루버니 전 법무부 이민소송담당 부국장 직무대행은 법원 심리 과정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실수로 엉뚱한 사람을 해외로 추방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정책을 열심히 변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면직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한 연방정부 공무원 무더기 해고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면직된 인사들도 여러 명 있다.
공직자 감찰 기구인 특별조사국(OSC)의 햄프턴 델린저 전 국장, 인사소청을 심사하는 준사법 독립기구 '실적제도보호위원회'(MSPB)의 캐시 해리스 전 위원장, 캐머런 해밀턴 전 연방재난관리청(FEMA) 청장 직무대행 등이 이에 해당한다.
2021년 초 발생한 '1·6 의회폭동 사태' 수사와 기소에 관여했던 검사들과 수사 담당자들도 트럼프의 보복을 피하지 못하고 면직됐다. 마이클 고든 전 플로리다중부 연방지방검찰청 소속 검사, 스티브 젠슨 전 FBI 워싱턴 현장사무소장 직무대행이 이에 해당한다.
의회폭동 사태 수사를 맡았던 FBI 요원들을 보호하려고 시도하던 제임스 데너히 전 FBI 뉴욕지부장도 쫓겨났다.
트럼프 1기 때 고위직을 지냈던 인사들 중 그에 대해 비판을 가한 이들에 대해서도 보복성으로 의심되는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마크 밀리 전 합동참모본부의장, 마일스 테일러 전 국토안보부(DHS) 장관비서실장, 크리스 크렙스 전 DHS 사이버·인프라보안국(CISA) 국장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밖에 트럼프 1기 때인 2019년 허리케인 '도리언'의 진로 예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잘못된 발언을 정당화하기 위해 지도를 조작하고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정치적 압력을 행사해 엉터리 입장문을 내도록 했다는 이른바 '샤피게이트' 사건의 조사에 관여했던 NOAA 고위간부들에 대해서도 인사조치가 이뤄졌다.
NOAA의 위성 및 정보 서비스 부문을 담당하는 스티브 볼츠 차장보와 제프 딜런 법무실 부실장은 올해 7월부터 행정휴직 조치가 내려져 직무에서 배제됐으며, 공식적 사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리카 맥엔타퍼 전 노동부 노동통계국(BLS) 국장을 "고용통계 수치가 민주당에 유리하게 조작됐다"고 주장하면서 올해 8월 면직했다.
이란 핵시설에 대해 올해 6월 미군이 공습을 했으나 시설에 큰 타격을 입히는 데는 실패했다는 보고서를 제출한 제프리 크루즈 국방정보국(DIA) 국장도 8월 면직됐다.
바이든 행정부 때 CISA 국장을 지냈던 젠 이스털리는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 석좌교수로 임용이 내정됐으나 극우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가 임용을 비판한 후 육군장관 지시로 임용이 취소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비밀 취급 인가를 취소당한 인사는 100여 명에 이른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 토니 블링컨 전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리즈 체니(공화·와이오밍) 전 연방하원의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브레넌 전 CIA 국장, 밀리 전 합참의장,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이스털리 전 CISA 국장 등도 다른 불이익과 함께 비밀 취급 인가를 취소당했다.
[힐링경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