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연일 규제지역 확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서울 비규제지역 아파트 시장에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려들고 있다.
규제지역 지정 전 계약을 서두르려는 매수자들로 일부 중개업소는 북새통을 이루고 있으며, 시장에서는 정부의 정책 실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4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강남3구와 용산구 등 규제지역을 제외한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매수 문의와 계약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 대출이 강화되고,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일 경우 전세를 낀 갭투자가 금지되면서 규제 전 계약을 마치려는 수요자들이 쇄도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 금호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 대출한도가 종전 6억 원에서 4억 원으로 낮아지고, 토지거래허가구역까지 지정되면 전세를 낀 매수가 안 되기 때문에 서둘러 계약하려고 한다"며 "가격 조율이 잘 되면 계약까지 하겠다면서 오늘도 서너 팀이 다녀갔다"고 전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공인중개사도 "추석 연휴를 전후해서도 매수 문의가 계속 이어지니까 어제도 집주인이 바로 1억 원을 더 올려달라고 하더라"며 "매수자가 나타나면 자꾸 가격을 올려달라고 요구해서 계약이 불발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 비규제지역에서는 지난 9월부터 이번 주까지 아파트 매매 계약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 성동구 금호동1가 벽산아파트는 전용 59.9㎡가 지난 12일 15억 8,500만 원에 계약한 지 불과 하루 만에 거래 신고가 됐다.
이달 2일 계약된 전용 84.82㎡도 직전 거래가보다 2,000만 원 높은 16억 1,000만 원에 거래 신고가 됐다.
규제지역에 지정되더라도 대출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신고를 서두른 것으로 풀이된다.
15억~16억 원대 아파트는 규제지역 지정 전 6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했지만 규제지역 지정 후에는 4억 원으로 줄어든다.
광진구 광장동 현대3차, 광나루 현대 등 이 일대 아파트도 9월 이후 계약과 거래 신고가 줄을 잇고 있다.
이런 현상은 규제지역 지정이 유력한 한강벨트 외에 나머지 지역까지 번지고 있다.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면서 불안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중개사무소 대표는 "서울 전체가 규제지역으로 묶이면 이러다 집을 못 살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에 어제도 2~3건이 한꺼번에 계약됐다"며 "모두 전세를 끼고 매수한 투자자였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정책 실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27 대출 규제 발표 당시 규제지역 확대 지정을 미루면서 한강벨트 중심으로 가격 상승폭이 커지는 풍선효과를 야기했다는 것이다.
9·7 대책에서는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를 예고하면서 선매수 수요까지 가세하도록 불을 질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6·27 대책 이후 지난달 말까지 3개월간 서울 아파트값이 평균 2.72% 올랐다.
대출 규제 직전 3개월인 3월부터 6월까지 서울 아파트값이 3.05% 오른 것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다소 줄었다.
그러나 한강벨트인 광진구는 6·27 대출 규제 전 석 달간 3.83% 올랐는데, 대출 규제 후 석 달간은 상승폭이 5.46%로 확대됐다. 또 강동구는 3.69%에서 5.12%로, 마포구는 3.54%에서 4.58%로 상승폭이 각각 커졌다. 같은 기간 강남구 아파트값 상승폭이 8.81%에서 3.59%로, 서초구가 7.27%에서 2.88%로 둔화한 것과 대조적이다.
익명을 원한 부동산 전문가는 "추가 대책의 수위와 효과를 봐야겠지만 6·27 당시 대출 규제와 함께 토지거래허가구역과 규제지역까지 같이 확대했다면 현재 당국자들이 예고한 것처럼 더 센 대책이 필요 없었을 수도 있다"며 "뒷북 규제로 인해 가래로 막아도 될 상황을 호미로 막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힐링경제=윤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