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하는 여야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자료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오찬 회동을 갖고 협치와 대화 복원을 다짐했다.

이들은 여야의 공통 공약을 중심으로 민생·경제 분야에서 협조하자는 데 뜻을 모으며 민생경제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날 회동은 민주당의 '내란척결' 의지와 국민의힘의 '특검 탄압' 주장에 대한 확연한 견해차를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공개 발언은 장동혁 대표부터 시작됐다.

장 대표는 "대통령 취임 100일 동안 대통령보다는 특검이 더 많이 보이고 국회도 야당은 없고 여당인 민주당만 보였다는 우려가 있다"며 "특검이 계속 야당을 탄압하고 국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는다면 특검이 겨냥하는 것은 결국 국민이고 민생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또한 "특검의 무리한 수사가 국제적으로 인권 유린이나 종교 탄압으로 비칠 수 있어 우리 국격과 관련된 문제"라며 "민생을 살리고 정치를 복원하고자 한다면 특검 연장 법안이나 내란재판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들에 대해 대통령께서 과감하게 재의요구권을 행사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내란 척결'이 국민의 뜻이라고 반박했다. 정 대표는 "우리 국민은 완전한 내란종식을 바란다.민주주의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다시는 내란을 꿈꿀 수 없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더욱 정비하고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어 "내란 우두머리와 주요 임무 종사자, 부화수행한 내란 세력들을 철저하게 척결하고 처벌을 역사의 교훈으로 남겨야 한다"며 "내란과 외환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말했다.

두 대표의 발언을 들은 이재명 대통령은 내란 혐의 수사·재판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은 채 여야에 갈등 완화를 주문했다.

3자 회동 이후 진행된 이 대통령과 장 대표 간 단독 회동에서 장 대표는 특검의 국민의힘 압수수색 등 수사와 민주당의 윤석열 전 대통령 구치소 CCTV 열람에 대해 "대통령이나 정부가 수사에 개입하고 있다는 인식을 준다"며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가 이 대통령"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장 대표는 여당의 특검 연장법,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대법관 증원 등을 "사법파괴 시도"라고 규정하며 "무리한 탄압과 끝없는 내란 몰이"라고 항의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정치가 만인 대 만인의 투쟁으로 번져선 안 된다"며 "정치의 사법화를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장 대표는 내란 수사 외에도 정부·여당이 주도하는 각종 쟁점 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노란봉투법·상법 개정안을 거론하며 "기업이 힘들어지면 대통령님께서 말씀한 '코스피 5,000'도 허망한 구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대해서는 "특정 집단을 위한 개편이 아닌 국민 전체를 위한 개편이 됐으면 한다"고 했고, 검찰청 해체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과 관련해서는 "검찰청 해체 시도로 수사 체계에 혼선이 가지 않게 정부가 세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야당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조치하겠다"며 "우리 정부에도 레드팀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정청래 대표는 개혁 입법과 관련해 "국정은 개혁과 민생의 두 개 수레바퀴로 조화롭게 굴러간다. 개혁이 민생이고, 민생이 개혁"이라며 "검찰·언론·사법개혁에 대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좋은 대안을 제시하고 토론해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회동 내내 여야 대치 정국의 중재 역할을 자임했다. 여야 대표를 환영하며 "손을 잡고 사진을 찍으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해 각자 취임 후 전혀 마주하지 않았던 두 대표가 웃으며 손을 맞잡게 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출신의 대통령이기는 하지만 이제는 국민의 대통령, 모두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이 보시기에 여야가 너무 과하게 부딪히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지 아니면 특정한 이익을 위해서 정치를 하는지 걱정하는 상황이 되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한 "야당도 나라의 살림을 책임지는 중요한 한 축이기 때문에 주요한 국가 기관"이라며 "야당을 통해 들리는 국민의 목소리를 최대한 듣도록 노력하고 국정에 공평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비공개 회동에서 이 대통령은 "여당이 더 많이 가졌으니 여당이 더 많이 양보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하며 "여야가 공통 공약을 중심으로 야당이 제안하고 여당이 응답해 함께 결과를 만들면 야당에는 성과가 되고, 여당은 국정 성공이 된다"고 제안했다.

여야 대표도 협치 복원에 화답했다. 장 대표는 "대통령께서 정치를 복원하는 데에 중심적인 역할을 해주신다면 저희 야당도 비판할 것은 비판하되, 민생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협조할 부분은 적극 협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 역시 "정치는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국리민복을 위해서는 없는 길도 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며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라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는 것이 정치의 본령"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회동에서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한미정상회담, 미국 조지아주 이민당국 단속에 따른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등 외교·안보 문제에 대해서도 초당적 협력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힐링경제=홍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