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관 장관, 미국 상무부 장관 면담 [자료사진=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쇠락한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한 대규모 협력 프로젝트를 제안하며, 한미 간 막판 관세 협상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MASGA)’라는 이름의 패키지를 앞세워 미국 측의 지지를 유도하고, 전략적 산업 동맹으로의 격상을 꾀하고 있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의 비공식 만찬 협상 자리에서 MASGA 프로젝트를 정식으로 제안했다. 이 자리에서 김 장관은 패널을 통해 ‘조선업을 통한 한미 협력’의 필요성과 비전을 직접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MASGA 프로젝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표 구호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에서 착안해 ‘조선업(shipbuilding)’을 결합한 명칭으로, 한국 민간 조선업체의 미국 내 대규모 투자와 이를 뒷받침할 공적 금융기관의 지원을 아우르는 구조다.
정부는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공적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조선 산업에 필요한 금융 대출 및 보증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출금융 관계자는 “기존에도 미국 내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 지원은 이어져 왔다”며 “MASGA 프로젝트의 구체적 계획이 확정되면 적극적인 지원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국이 미국 측에 제안한 투자 규모는 수백억 달러, 한화로 수십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협상 상황에 따라 조정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태다. 이는 단순한 자본 투자가 아닌, 미국 내 조선소 건설, 인력 양성, 기술 이전까지 포함한 종합 산업 협력 패키지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미국은 현재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 구도 속에서 자국 제조업, 특히 조선업의 부활을 국가 과제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이 세계 1위 조선 강국이라는 점은 미국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카드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 내 조선업 재건을 위해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 파트너를 절실히 찾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MASGA 프로젝트는 일본이나 유럽연합(EU)의 대미 투자 패키지 제안과도 비교된다. 일본은 과거 지분 투자와 보증 등을 포함해 5,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패키지를 약속해 자동차 관세를 낮추는 데 성공했으며, EU 역시 6,000억 달러 수준의 대형 패키지를 통해 무역 협정 협상을 이끌어낸 바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제 규모로는 일본이나 EU와 같은 방식의 대규모 보증 중심 투자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그린필드형’ 직접 생산 투자 중심의 1,000억 달러+α 규모의 실질적 투자를 내세워, 조선업 분야에서 실체 있는 기여를 약속하는 차별화된 전략을 택했다.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본이나 EU의 투자 약속은 실제 현금 지출이 아닌 보증에 의존해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의 경우 직접 투자액은 전체의 1∼2% 수준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대부분 보증 형태라는 점에서, 한국의 제안이 실질적으로 더 의미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의 제안은 단순 재정지원이 아니라, 미국의 전략 산업 재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기술·산업 동맹을 포함하고 있다”며 “특히 한국만이 미국 조선업의 현장 복원부터 인력 양성, 운영까지 포괄적으로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MASGA 프로젝트는 매우 독창적인 제안”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역시 이번 협상에 대해 “미 측의 조선 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했고, 양국 간 상호 합의 가능한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긍정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러트닉 장관 또한 한국의 MASGA 제안에 깊은 만족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양국은 오는 8월 1일을 시한으로 두고 관세 협상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었다. MASGA 프로젝트가 실제로 관세 협상에서 한국에 유리한 지렛대가 될 수 있을지, 나아가 한미 산업 동맹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힐링경제=홍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