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에서 홀로 생을 마감하는 ‘고독사’가 더 이상 개인의 불행이 아닌, 우리 사회 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내는 사회적 재난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5일 보건복지부 의뢰로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 발표한 ‘고독사 주요 사례 심층 연구를 통한 원인분석 및 예방체계 구축’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고독사 사망자의 44.3%가 기초생활수급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회 안전망 안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쓸쓸한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는 점은 고독사가 구조적 문제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보고서는 고독사가 특정 연령층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매년 고독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50~60대 중장년 남성은 실직, 사업 실패, 이혼 등으로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며 위험에 노출된다.

도움을 요청하는 데 익숙하지 않아 스스로 고립을 심화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개인의 나약함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더욱 심각한 것은 ‘숨겨진 고독사’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족과 함께 살아도 고독사가 발생할 수 있다. 치매나 와상 상태의 부모를 돌보던 자녀가 먼저 세상을 떠나 부모가 방치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기능적 고독사’는 1인 가구 여부만으로 지원 대상을 한정하는 현 복지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드러낸다.

청년층 고독사도 예외가 아니다.

학업·취업 스트레스, 불안정한 가정환경, 정신건강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다.

사회의 출발선에서 좌절을 겪는 청년들이 고립을 택하지 않도록 심리·정서적 지원과 안정적인 사회 진입을 돕는 정책이 절실하다.

이번 연구는 특정 지역의 ‘사회적 부검’을 통해 환경적 요인도 주목했다.

저렴한 원룸, 고시원이 밀집하고 단기 체류자가 많은 지역은 주민 간 유대가 약하다.

익명성이 짙은 주거 환경은 위기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고립을 심화시킨다.

결국 고독사는 개인적 요인과 사회·환경적 요인이 얽혀 나타나는 복합적 비극이다.

보고서는 이를 막기 위해 종합적 예방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지, 보건, 고용, 주거 정보를 통합 관리해 위기 징후를 조기 포착하고, 공공기관이 먼저 다가가는 적극적 행정이 요구된다.

또한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가족 해체를 부추기지 않도록 개선하고, 지역 공동체 회복을 통해 사회적 관계망을 복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고독사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책임”이라며, “방 안에 갇힌 이웃의 조용한 비명에 귀 기울이고 손 내밀어 줄 사회적 시스템을 만드는 것, 그것이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무거운 과제”라고 강조했다.

[힐링경제=하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