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왼쪽)와 '건진법사' 전성배 씨 [자료사진=연합뉴스]

김건희 여사가 통일교 측으로부터 고가의 샤넬 가방을 선물받은 뒤 통일교 인사에게 "정부 차원에서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3일 연합뉴스가 확보한 김 여사 공소장에 따르면,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는 2022년 4월과 7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각각 802만원과 1,271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을 김 여사에게 전달했다.

특검팀 조사에 따르면 전성배씨는 4월 7일 경기 가평에 있는 통일교 운영 카페에서 윤씨로부터 샤넬 가방과 농축차를 전달받았다.

김 여사는 그 무렵 전씨로부터 윤씨의 청탁과 함께 해당 금품을 받은 것으로 공소장에 기록됐다.

전씨는 같은 달 23일 김 여사에게 비밀리에 통일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으며, 3일 후에는 윤씨의 'UN 제5사무국 한국 유치 청탁 관련' 메시지를 김 여사에게 전달하는 등 통일교의 요구사항을 지속적으로 전달했다.

석 달 후인 7월에는 더 고가의 선물이 전달됐다. 윤씨가 6월 26일 전씨에게 선물 공여 의사를 밝히자, 전씨는 김 여사의 나토 순방 일정을 언급하며 "7월 1일에 돌아오니 그 다음 주에 연락을 달라"고 답변했다.

윤씨는 7월 5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전씨를 만나 'UN 제5사무국 한국 유치 지원' 등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해 통일교의 각종 대규모 프로젝트와 행사에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 예산, 인사 지원을 요청하는 청탁과 함께 샤넬백을 전달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김 여사는 실제로 7월 15일 윤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샤넬백 제공에 대한 감사 인사와 함께 "대한민국 정부 차원에서 통일교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통일교 측은 이외에도 전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2022년 7월 6,220만원 상당의 그라프 목걸이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공소장에서 김 여사의 신분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로서 대통령의 직무에 해당하는 각종 국정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사람"이라고 명시했다. 이는 앞서 김 여사가 특검 출석 당시 자신을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칭한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특검팀은 김 여사와 건진법사, 통일교 측의 관계 형성 배경도 상세히 밝혔다.

공소장에는 "김 여사와 전씨는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되는 데 통일교의 도움이 매우 컸으므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상생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 하에, 전씨가 김 여사를 대신해 통일교를 접촉해 그와 같은 관계를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고 기록됐다.

김 여사는 당선 이후인 2022년 3월 30일 윤씨에게 전화해 "대선을 도와줘서 고맙다, 총재님께 인사드리겠다, 앞으로 건진법사와 의견 나눠 달라, 많이 도와달라"는 말을 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이를 김 여사가 윤씨에게 전씨에 대한 신뢰를 부여하면서 향후 통일교 측의 요청사항을 전씨와 논의해달라는 취지로 해석했다.

전씨 역시 같은 날 통일교 관계자에게 전화해 김 여사와 윤씨 간의 통화 내용을 전달하며 "향후 통일교에 은혜를 갚겠다. 통일교 측은 내가 책임지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힐링경제=홍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