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연합뉴스]

일제강점기로부터 해방된 지 80년을 맞는 올해, 잊혀져가는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투쟁 정신을 조명한 평전들이 연이어 출간돼 주목받고 있다.

3·1운동 민족대표부터 해외 독립운동 기지 건설자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조국 광복을 위해 헌신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새롭게 발굴되고 있다.

역사학자인 박환 고려학술문화재단 이사장이 최근 출간한 '동방 김세환 평전'(선인)은 3·1운동 민족대표 48인 중 한 사람인 김세환(1889∼1945)의 생애를 깊이 있게 다룬 작품이다.

김세환은 한국 민족운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대한제국 시대 관립한성외국어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유학을 마친 그는 귀국 후 수원상업강습소와 삼일여학교에서 교사로 활동했다. 1941년에는 수원상업학교를 직접 설립하여 민족 교육에 힘썼으며, 3·1운동 이후에는 지역사회 운동가로서 다양한 사회운동을 주도했다.

이 책의 특징은 1945년 9월 세상을 떠난 김세환의 삶을 다양하고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재구성했다는 점이다. 김세환이 살았던 집터의 토지대장부터 관립한성외국어학교 졸업생 명단, 관보, 신문조서는 물론 후손들과의 상세한 대화 내용까지 담아 역사적 사실성을 높였다.

박 이사장은 "3·1운동의 중심인물 가운데 일부는 식민지 치하에서 변절의 길을 걷기도 했지만, 김세환은 끝까지 조국 해방을 위해 투쟁한 독립운동가"라고 그의 의미를 강조했다.

같은 저자가 지난 6월 출간한 '필동 임면수 평전'(선인)은 신흥무관학교의 숨은 주역으로 알려진 임면수(1874∼1930)의 생애와 활동을 조명한다.

임면수는 1910년대 만주에서 무장 독립운동 단체인 부민단 결사대 소속으로 활동하며 전 재산을 삼일학교 등 민족 단체에 기부하여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이나 구체적인 활동 내용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 책은 임면수가 1910년대 만주에서 '의성잔'이라는 여관을 운영하면서 이곳을 독립운동 거점으로 활용했다는 사실을 중국 측 문서를 통해 새롭게 밝혀냈다. 또한 1921년 멕시코에서 쿠바로 이주한 한인들의 독립운동 여정과 쿠바 아바나의 한글학교 '흥민학교' 설립 등 해외 독립운동 활동과 교육 사업도 상세히 다뤘다.

박 이사장은 "임면수는 일본어에 능하여 편안하고 부유한 삶을 약속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에서 활발한 독립운동을 전개했다는 점에서 특히 높이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한국독립운동사 전문가인 이동언 선인역사문화원 이사장이 펴낸 '백산 안희제 평전'(선인)은 교육, 언론, 경제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독립운동을 펼친 안희제(1885∼1943)를 조명한다.

이 이사장은 안희제를 '독립운동의 최고경영자(CEO)'라고 평가한다. 안희제는 일제강점기 당시 대동청년당을 조직하여 항일 투쟁을 벌였으며, 백산상회(훗날 백산무역주식회사)를 설립해 독립운동 자금 마련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책은 경남 의령 설뫼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가 독립운동에 투신하게 된 과정부터 중국으로 망명하여 국외 독립운동 기지로 발해농장을 운영하기까지의 삶의 여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이사장은 "안희제는 일제의 감시와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독립운동의 젖줄이 되고자 하는 심정으로 자금을 조달했을 것"이라며 "그의 생애와 활동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복 80년을 맞아 연이어 출간되는 이들 평전은 단순한 인물 소개를 넘어 한국 독립운동사의 다양한 면모를 재조명하고 있다. 교육자, 무장투쟁가, 경제인 등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는 일제강점기 저항정신의 폭과 깊이를 보여준다.

특히 이들 책은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들을 새로운 사료와 증언을 바탕으로 발굴해내어 한국 근현대사 연구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광복 80년이 지난 지금, 이들의 헌신과 투쟁 정신을 되새기며 역사의식을 새롭게 정립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힐링경제=차정아 기자]